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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사과의 온도차, 그 간극을 메우려면

중앙일보

2026.06.21 08:10 2026.06.2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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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석 도쿄특파원

정원석 도쿄특파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두고 “현실적 필요는 있지만 국민정서상 지금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주먹질을 당해 맞았는데, ‘때려서 미안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가 있어야 마음이 통한다”고 비유했다. 맞은 기억이 또렷한 쪽에선 가해자가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한국인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정서다.

최근 일본 정계의 한국통으로 통하는 일한의원연맹 회장 다케다 료타(武田良太)를 만나 이러한 한국 국민 정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과거에 대한 한국 분들의 복잡한 심경은 우리가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마주해야 한다”면서도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는 책임이 없다. 선조가 저지른 잘못을 후세가 언제까지 짊어져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지금 더 중요한 것은 양국이 함께 번영과 지역 안정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며 “외교는 감정을 감추고 냉정하게,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다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이해를 구했다.

지난 18일 다케다 료타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자신의 의원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정원석 기자

지난 18일 다케다 료타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자신의 의원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정원석 기자

이처럼 해묵은 사과를 둘러싼 온도 차, 그 밑바닥에는 감정을 대하는 국민성 차이가 깔려 있다. 일본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일을 오래도록 삼가온 사회다. 올림픽에서 져 눈물을 보인 선수에게 “미숙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속내를 누르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태도가 미덕으로 여겨진다.

반면 한국에서 감정이란 해소해야 하는 응어리다. “진심으로 사과하라”는 요구가 한국인에게는 자연스러운 정서적 요청인 이유다. 하지만 대다수 일본인에겐 “이미 사과했는데 언제까지 반복하느냐”는 반응으로 되돌아온다. 가해의 기억을 안고 사는 쪽과, 세대가 바뀌었으니 앞을 보자는 쪽. 어느 쪽도 틀린 것은 아니다. 역사를 서로 다른 감정의 언어로 읽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간극은 대체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사과의 ‘횟수’를 다투는 자리에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사과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기억을 함께 지켜가겠다는 ‘태도의 지속’으로 번역되는 일이다. 감정은 묻어두자는 말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과거를 부정하며 책임마저 감추려 들 때 이미 한 사과마저 원점으로 되돌리고 만다. 반복되는 협력 속에서 양국이 서로의 선의를 읽어내 준다면 온도 차는 비로소 좁혀질 것이다. 미래를 위한 교류를 쌓자는 말과 진심으로 사과하라는 말은, 사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간극을 메우는 일은 결국, 서로의 감정의 문법을 이해하려는 데서 시작된다.





정원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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