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미국은 핵, 이란은 돈…관심사 너무 다른 ‘스위스 담판’

중앙일보

2026.06.21 08:19 2026.06.21 13:3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미국과 이란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지난 17일 양국이 종전 MOU를 체결한 지 나흘 만이다.

미국 협상단을 이끄는 JD 밴스 부통령은 전날 미국을 떠나 이날 스위스에 도착했다. 그는 출국길에 기자들에게 “이틀 정도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핵 문제와 레바논 휴전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 등 미국 협상팀은 스위스에 먼저 도착해 사전 조율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20일 밤 스위스에 도착했다. 협상단에는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비롯해 압돌나세르 헤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 하미드 보르드 석유부 차관 겸 이란 국영석유공사 사장 등이 포함됐다. 이란이 이번 회담을 통해 경제 제재와 동결자산 해제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회담이 이틀간 이어진다는 밴스 부통령의 발언과는 달리 이란은 회담이 하루 일정으로 열린다고 밝혔다.

협상 첫날인 21일 오전에는 중재국인 파키스탄과 카타르가 미국·이란과 개별 회담을 갖고, 오후엔 중재국과 미·이란이 모두 참여한 확대 회담이 열렸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폐기와 핵물질의 구체적 처리 방안, 호르무즈해협 통항 안정성 확보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1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오늘 회의는 지난 18일 합의된 종전 MOU 조항들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라며 “특히 제1조인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이 이행되지 않고서는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 단계에 돌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회담 시작 전부터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이란 중앙군사본부는 전날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이 종전 MOU 위반에 해당한다며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봉쇄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 X에 “20일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상선 통행량이 증가했다”며 이날 하루 상선 55척이 해협을 지나갔고 17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수송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첫 대면 협상을 앞두고 나온 이란의 ‘호르무즈 재봉쇄’ 선언은 실제 봉쇄 조치라기보다 협상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압박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는 20일 트루스소셜에 “휴전 기간인 60일 동안 호르무즈해협에선 통행료가 없을 것이며, 이후에도 통행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이 중동 국가들의 수호천사로서 제공한 서비스의 대가로 과거·현재·미래에 걸쳐 발생한 비용을 보전받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이 통행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의 흔들리는 재선 기회, 트럼프가 카드를 쥐고 있다’는 제목의 미 온라인 매체 기사를 공유했다. 미국의 만류에도 헤즈볼라 공습을 이어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레바논 내 군사작전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1일 성명에서 “레바논 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이스라엘군의 작전 수행에는 어떠한 제한도 없다”며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안전지대에서 절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