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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버려 피란민 1.4만명 살렸다…154억 쏟아 되살린 ‘그날의 기적’

중앙일보

2026.06.21 19:21 2026.06.2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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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철수작전에 참가한 '메러디스 빅토리호' 모습. '빅토리호'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조작전을 성공시킨 배로 인정돼 지난 2004년 기네스북에 올랐지만 이미 1993년에 고철용으로 중국에 판매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연합뉴스

흥남철수작전에 참가한 '메러디스 빅토리호' 모습. '빅토리호'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조작전을 성공시킨 배로 인정돼 지난 2004년 기네스북에 올랐지만 이미 1993년에 고철용으로 중국에 판매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연합뉴스

1950년 12월 23일 함경남도 흥남부두. 영하 20도의 눈보라를 뚫고 ‘메러디스 빅토리호’로 피란민들이 몰려들었다. 당시 북한지역 탈환을 목표로 북진하던 연합군과 피란민들이 중국군의 개입으로 전황이 불리해지면서 이 부두의 배를 타고 남쪽으로 철수하고 있었다. 빅토리호는 이들을 태울 수 있는 마지막 배였다. 원래 군수물자를 수송할 목적이었지만 레너드 라루 선장은 부두를 가득 채운 피란민을 그대로 둘 수 없어 군수물자를 모두 버리고 피란민을 태웠다. 무려 1만 4500명이었다. 빅토리호는 부산을 거쳐 이틀 뒤인 크리스마스에 경남 거제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 사이 사상자도 없었지만, 배에서 5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도 불리는 흥남철수작전의 한 장면이다.

한국전쟁 때 20만 명에 달하는 장병과 피란민의 목숨을 구한 ‘흥남철수작전’을 기리는 공간이 경남 거제에 문을 연다.

거제시는 오는 26일 옛 장승포항 여객선 터미널 일원에서 흥남철수기념공원 개관식을 열고 27일부터 시민에게 개방한다고 22일 밝혔다. 총사업비 154억원이 투입된 공원은 2만235㎡ 규모다. 공원에는 기념 조형물과 휴식 공간, 기념관이 들어섰다. 세계 전사(戰史)에서 가장 인도적인 작전 중 하나로 평가받는 흥남철수작전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조성했다.

흥남철수기념관 모습. 사진 거제시

흥남철수기념관 모습. 사진 거제시


흥남철수작전은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15일부터 24일까지 함경남도 흥남부두에서 미군 10군단과 대한민국 육군 1군단 10만여 명, 피란민 10만여 명이 철수한 작전이다. 중국군의 개입으로 전황이 악화하자 당시 연합군 함정 193척이 동원돼 차량 1만7000여대와 군수물자 35만t도 함께 수송된 작전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흥남부두에서 마지막으로 출발했던 빅토리호 철수작전이다. 7600t급 화물선이었던 이 배는 실었던 무기 등 군수물자를 모두 내려놓고 피란민 1만4500명을 태운 채 1950년 12월 23일 흥남부두를 출발했다. 이틀 뒤인 성탄절 아침 거제 장승포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단일 선박 기준 최대 규모의 인명 구조 작전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상구조작전으로 평가받으며 2004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공원의 핵심 시설은 옛 장승포여객선터미널을 리모델링한 흥남철수기념관이다. 연면적 2771㎡, 지상 2층 규모다. 실제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전시하지는 못했지만, 건물 외관에 선박의 뱃머리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설치해 상징성을 살렸다. 기념관 내부에는 흥남철수작전과 장진호 전투, 거제로 피란 온 주민들의 삶을 조명하는 11개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 인공지능(AI) 영상과 홀로그램, 미디어아트 등 실감형 콘텐트를 활용해 당시 상황을 재현했다. 영하 20도의 혹한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했다.
흥남철수기념관 내부 모습. 사진 거제시

흥남철수기념관 내부 모습. 사진 거제시

흥남철수기념관 내부 모습. 사진 거제시

흥남철수기념관 내부 모습. 사진 거제시


작전의 영웅으로 꼽히는 빅토리호 선장 레너드 라루와 당시 통역으로 피란민 승선을 미군 측에 설득했던 ‘한국의 쉰들러’ 현봉학 박사 등의 인물을 소개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거제시는 흥남철수기념공원 개관과 함께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피란민과 후손들의 기억을 수집하는 ‘흥남철수 기억나눔터’도 운영한다. 참여대상은 흥남철수작전을 직접 경험한 피란민과 그 후손, 참전 용사 후손 등이다. 시는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거제 방문 기념품과 흥남철수기념관 평생 이용권, 개인 소장용 인터뷰 영상 촬영본 등을 제공한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흥남철수기념공원은 인류애와 평화의 가치를 전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피어난 기적의 역사가 잊히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위성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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