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장윤기가 지난달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장윤기(23)가 첫 재판에서 계획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검찰이 적용한 ‘강간 등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다음 재판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광주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이정호 부장판사)는 2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강간 등 상해),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윤기의 첫 공판을 열었다.
장윤기 측 변호인은 “이채원양 살해와 남고생에 대한 살인미수, 외국인 여성 피해자 관련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수사기관에서는 부인했던 계획범행 부분도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양 살해의 목적이 강간 등이었는지 여부는 추가로 검토한 뒤 다음 기일에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윤기는 지난달 3일 직장 동료인 20대 외국인 여성의 집에 침입해 약 13시간 동안 감금하며 성폭행한 뒤 스토킹을 이어갔다. 피해 여성이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알게 되자 흉기와 장갑을 미리 구입하고 현금 100만원을 인출하는 등 도주까지 염두에 둔 준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피해 여성을 찾지 못한 장윤기는 지난달 5일 광주 광산구에서 귀가 중이던 이채원양을 발견하고 차량으로 약 1.2㎞를 뒤따라간 뒤 접근했다.
검찰은 장윤기가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이양을 자신의 차량 쪽으로 끌고 가 성범죄를 저지르려 했으나 저항이 이어지자 흉기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고생에게는 “119에 신고해달라”고 말한 뒤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범행 이후 장윤기가 세탁방에서 옷을 세탁하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등 증거 인멸과 도주를 염두에 둔 행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장윤기의 휴대전화 분석 자료와 폐쇄회로(CC)TV, 차량 블랙박스 영상, 부검감정서 등이 증거로 제출될 예정이다.
유족 측은 법정에서 엄벌을 호소했다.
이채원양 측 법률대리인은 “장윤기의 범행은 대법원 양형기준상 특별가중 요소에 해당할 수 있다”며 “장윤기는 수형생활 중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겠다는 진술서를 제출했지만, 피해자의 시간은 영원히 멈췄다. 유족의 고통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광주·전남 여성단체들도 이날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복된 여성 대상 폭력이 결국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이라며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