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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막고 성장 기대했는데...영국, 브렉시트 후폭풍에 10년새 7번째 총리 나올까

중앙일보

2026.06.21 23:09 2026.06.2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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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 10주년을 앞두고 또다시 총리 교체 위기에 직면했다. 키어 스타머(64) 총리가 퇴진 압박을 받으면서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7번째 총리를 맞을 가능성이 커진 분위기다. 스타머가 실제 물러날 경우 영국은 최근 4년 사이 세 번째로 총선 패배가 아닌 집권당 내부 반발로 총리가 퇴진하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BBC는 22일(현지시간) “많은 노동당 의원과 정부 관계자들이 스타머가 이르면 이날 퇴진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실제 노동당 내부에서는 최소 4명의 장관이 스타머에게 퇴진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노동당 내부 분위기가 이미 스타머가 떠날지가 아니라 어떻게 떠날지의 문제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스타머는 2024년 총선에서 노동당을 압승으로 이끌며 집권했지만, 경기 침체와 복지 개혁 논란, 재정 압박, 당내 반발을 수습하지 못하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22일 기준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4년 8월 36%이던 스타머총리 지지율은 현재 18%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최근 수십 년간 영국 총리 지지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노동당 지지율도 총선 이후 약 14%포인트 떨어졌다.
2018년 7월 9일(현지시간) 전격 사임을 발표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 대표적인 '하드 브렉시트' 찬성론자로 테리사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안에 공개 반발해왔다. EPA=연합뉴스

2018년 7월 9일(현지시간) 전격 사임을 발표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 대표적인 '하드 브렉시트' 찬성론자로 테리사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안에 공개 반발해왔다. EPA=연합뉴스


영국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위기의 배경으로 브렉시트 이후 누적된 정치·경제적 불만을 꼽는다. 브렉시트는 2016년 국민투표에서 52% 찬성으로 결정된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며, 영국은 2020년 공식 탈퇴했다.

당시 브렉시트 지지 진영은 EU를 떠나면 경제가 성장하고 규제가 줄며 이민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이를 “평생 한 번뿐인 기회”라고 불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코로나19와 에너지 위기, 고물가가 겹치며 경제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브렉시트의 핵심 명분이었던 이민 통제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영국 순이민자는 2015년 33만3000명에서 2023년 94만4000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사람들이 영국의 유럽 연합 재가입을 지지하는 '제4차 전국 재가입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사람들이 영국의 유럽 연합 재가입을 지지하는 '제4차 전국 재가입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최근 영국 곳곳에서는 EU 재가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주부터 시민단체와 친유럽 성향 단체들은 런던과 맨체스터 등에서 브렉시트 철회와 재가입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정치 불안정도 심화했다.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를 시작으로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리시 수낵, 키어 스타머로 총리가 계속 교체됐다. 영 싱크탱크 정부연구소(IfG)는 “어려운 선택을 설명하고 실행할 정치적 리더십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총리 교체 불구 상황 달라질진 미지수

스타머의 빈자리를 채울 유력 후보로는 앤디 버넘(56) 전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이 꼽힌다. 그는 지난주 메이커필드 보궐선거에서 54.8% 득표율로 압승하며 하원에 복귀했고, 곧바로 차기 노동당 지도자이자 총리 후보로 부상했다. 노동당 내부에서는 버넘의 승리가 당내 불만을 분출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부의 왕(King of the North)’이라는 별명을 가진 버넘은 맨체스터 시장 재임 시절 지역경제 활성화와 대중교통 개혁 등을 추진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지방분권 확대와 정치 개혁을 주장해온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영국 노동당 후보 앤디 버넘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애슈턴 인 메이커필드에서 열린 메이커필드 보궐선거 후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노동당 후보 앤디 버넘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애슈턴 인 메이커필드에서 열린 메이커필드 보궐선거 후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버넘이 집권하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질지는 미지수다. 영국은 약 2조8000억 파운드(약 5687조6680억 원)의 국가부채와 공공서비스 위기, 저성장, 이민 문제, 국방비 확대 부담 등 구조적 난제를 안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심화, 미국의 유럽 안보 부담 축소 가능성, 브렉시트 이후 EU와의 관계 재설정 등 대외 과제도 산적해 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영국 정치 위기는 브렉시트나 특정 총리의 실패가 아니라 수십 년간 누적된 정치·경제적 불만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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