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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L 코앞까지 철책 내린 北…합참 “정전협정 위반” 유엔사 “아니다”

중앙일보

2026.06.21 23:09 2026.06.22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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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군사분계선(MDL)에 바짝 붙여 철책을 부설하는 등 최전방 단절 조치를 진행하고 있는 데 대해 유엔군사령부(UNC·유엔사)가 “자동적인 정전협정 위반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북한은 동족 분단이라는 특수한 한반도의 상황 자체를 부정하고 남측과 ‘적대적 관계’ 형성을 위해 MDL을 국경선화하고 있는데, 이를 중재해야 할 유엔사가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맞물려 정부 내에서도 “북한의 MDL 내 장애물 설치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란 국방부와 ‘비무장지대(DMZ)의 평화 지대화’를 추진하려는 통일부의 방침이 엇갈리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유엔사·국방부·통일부가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자칫 DMZ를 사실상 무장화하며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지난 2024년 10월 15일 동해선과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당시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응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합참이 공개한 남북 연결도로 폭파 모습. 사진 합동참모본부

북한은 지난 2024년 10월 15일 동해선과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당시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응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합참이 공개한 남북 연결도로 폭파 모습. 사진 합동참모본부

유엔사는 22일 중앙일보 질의에 “DMZ 내의 활동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며, 구체적인 사실과 상황, 그리고 정전협정 및 후속 협정의 관련 조항에 근거하여 평가된다”면서 “건설 작업, 요새화 및 기타 방어 조치는 그 자체만으로 정전협정 위반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또 “적절한 경우 확립된 절차를 통해 정전협정 관련 우려 사항을 해결하며, 위험을 줄이고 오판을 방지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사가 북한군의 최전방 작업과 관련해 포괄적인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사의 입장은 북한군의 요새화 작업을 아군이 감시초소(GP)를 유지, 보수하는 행위와 동일선상에서 북한군의 행위를 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단순 작업을 문제 삼긴 어렵고, 화기 반입 등 정전협정 상 적대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사안에만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일 수 있다.

그러나 유엔사 체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유리할 때만 선택적으로 유엔사 채널을 활용하려는 북한과 정전협정 체제를 준수하는 한국군의 DMZ 활동과의 단순 비교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대남 공격 의사를 수시로 밝히며 실제 무력 도발을 일삼고 있는 데다 요새화 자체가 군사활동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엔사의 해석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이 소통하는 직통 전화기(일명 핑크폰). 유엔사=연합뉴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이 소통하는 직통 전화기(일명 핑크폰). 유엔사=연합뉴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같은 날 “북한군의 MDL 일대 장애물 설치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북한군의 최전방 작업을 명시적으로 정전협정 위반 행위로 규정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전협정 상에 ‘(비무장지대는)완충지대로 설정함으로써 적대 행위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의 발생을 방지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사와의 입장 차이에 대해선 "긴밀하게 소통해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유엔사 측에 DMZ 이북 지역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한다.

다만 정부로서는 유엔사가 제지하지 않는 한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군 안팎에선 우리 군이 상응하는 비례적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군사적 긴장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유엔사가 개입을 자제하며 사실상 북한군의 작업을 묵인할 경우 북한군이 설정한 철책과 지뢰 지대를 따라 MDL이 굳어질 가능성도 크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은 이미 불모지 조성을 지난해 말 완료했고, 지뢰 지대를 만들면서 남측 기준의 MDL을 다수 침범한 상태다. 이 역시 위성 자산 등으로 확인했을 뿐 정확한 침범 범위나 형태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지난해 8월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철거에 북한이 호응하며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 철거가 시작된 가운데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옆에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철거에 북한이 호응하며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 철거가 시작된 가운데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옆에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합참은 “한·미 수집 자산을 통해 MDL 일대에 북이 설치한 불모지 및 지뢰 지대로 추정되는 지형 변화를 식별했으나, 정확한 현장 확인이 필요해 유엔사와 협조 중”(국회 국방위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실 서면 답변)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우리 군은 병력 감소 시대에 대응해 DMZ 내 감시초소인 GP를 완전 무인화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럴 경우 남측 DMZ에서만 병력을 물리는 게 된다. 반면 김정은이 DMZ 이북 일대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라고 한 건 DMZ의 무장화를 뜻할 수 있다. 남한을 적대국으로 간주하며 무력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건 그만큼 경계 초소나 병력, 화기 등을 MDL 코앞까지 들여놓겠다는 뜻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MDL 남하’ 시도는 남북 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이재명 정부가 DMZ에 대한 민간인 개방 확대를 추진하려는 상황과도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통일부와 여당은 DMZ를 평화적 공간으로 설정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월 21일 강원도 고성의 ‘DMZ 평화의 길’을 찾아 막혀있는 구간의 재개방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막혀있는 ‘DMZ 평화의 길’ 고성A코스 구간을 22사단장과 함께 걸으며 “이 길은 한반도 평화와 공존으로 다가가는 진정한 평화의 길”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선제적 신뢰회복 조치 차원에서 DMZ 내부 구간을 다시 열어서 평화의 길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다만 북한의 철책은 한번 세우면 되돌리기 어렵고, 향후 남북 대화 국면에서 북한은 이런 구조물의 철거 행위 자체를 유리한 협상 수단으로 쓸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정부가 ‘DMZ 평화지대화’를 추진할 경우 DMZ에 대한 북한의 공세적 무장화에 대응하는 게 한층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유정.정영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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