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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위가 리조트 사업?…알바니아 ‘플라밍고 시위’ 들불

중앙일보

2026.06.2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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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20일(현지시간) 플라밍고 모형을 든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20일(현지시간) 플라밍고 모형을 든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에서 바퀴벌레 마스크를 쓴 반(反)정부 시위가 확산하는 것처럼, 지중해 발칸반도 국가 알바니아에선 ‘플라밍고(새)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현지에서 벌이는 호화 리조트 개발 사업이 촉매가 됐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바니아에서 6월 초부터 일어난 반부패 시위가 규모를 키우고 있다. 20일에는 수도 티라나에 유럽 전역에서 수만 명이 모였다. 시위대는 알바니아를 유럽의 고급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에디 라마 총리의 구상에 대해 “알바니아를 팔 수 없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앞줄 왼쪽)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앞줄 왼쪽)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시위를 촉발한 건 쿠슈너의 비즈니스다. 쿠슈너는 알바니아 남부 해안가에 약 14억 유로(2조5200억원)를 투자해 대형 리조트를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자본에 나라 땅을 판다는 계획에 대한 지역 주민 거부감이 심했다. 환경단체는 공사 지역이 플라밍고, 바다거북, 물개 서식지와 가깝다는 이유로 반발했다.

라마 총리는 2년 전 플라밍고 보호구역 내 건축을 불허한 관련법을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다는 명분으로 개정했다. 트럼프의 딸 이방카와 사위인 쿠슈너가 리조트 건설 예정지를 방문했을 때 라마 총리가 안내한 것도 특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시위대가 종이 플라밍고 모형이나 분홍색 풍선, 알바니아 국기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배경이다.

FT는 시위대가 미국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가 악용되는 방식에 반대한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미국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라마 총리는 물론 야당 지도자 샬리 베리샤도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참가자 규모가 늘며 시위 주제도 연금, 임금, 임대료, 권력 부패 문제로 확대하고 있다.

알바니아의 한 사회학자는 FT에 “(플라밍고 시위는) 정치 부패, 과두정치 세력의 권력, 범죄 행위를 묵인하는 경찰과 주류 언론에 대한 모든 문제점을 종합하고 있다”며 “시위대가 정권 전체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라마 총리는 시위대를 '극단주의자'로 규정하고, 개발 사업은 알바니아 이익에 부합하며 이란을 비롯한 외국 세력이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플라밍고들은 환경을 사랑하는 척하며 환경과 전혀 무관한 시위를 조장하는 까마귀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인도의 청년 정치단체 ‘바퀴벌레국민당’(CJP)이 6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시위를 벌이며 바퀴벌레 마스크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도의 청년 정치단체 ‘바퀴벌레국민당’(CJP)이 6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시위를 벌이며 바퀴벌레 마스크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발칸반도 국가 세르비아에선 쿠슈너 관련 투자사가 옛 국방부 건물을 초호화 호텔로 개발하려 했다가 문화유산 훼손 논란과 거센 반대 시위로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인도에선 최근 청년 실업, 입시 비리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한 가운데 대법원장이 청년 세대를 ‘바퀴벌레’에 비유해 발언한 데 분노한 시위대가 바퀴벌레 마스크를 쓴 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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