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도박 실패”…미국과 멀어지고 실권 위기까지
중앙일보
2026.06.22 01:40
2026.06.22 02:10
21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예루살렘 뉴스 신디케이트 국제정책서밋에서 연설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과 함께 감행한 이란 공격 이후 정치적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쟁의 핵심 목표였던 이란 정권교체에 실패한 데다 미국과의 관계마저 흔들리면서 국내 정치 기반도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을 통해 기대했던 이란 정권교체 구상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올해 초 이란 내 반정부 시위 확산을 계기로 정권 붕괴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군사 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란 정권은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외부 위협에 맞서 내부 결속이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댄 샤피로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나치게 욕심을 부렸다"며 "자신들이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잘못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연합뉴스
전쟁 성과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이스라엘 국내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이스라엘 채널12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11%에 그쳤다. 또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이익을 적극 보호할 것으로 믿는다는 응답도 13%에 불과했다.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르당과 우파 연정은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의회 과반 확보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정치전략가 나다브 슈트라우흘러는 FT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라며 “지금 선거가 치러진다면 매우 어려운 결과를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때 가장 강력한 우군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개입 축소와 조기 종전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네타냐후 총리는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려 하면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해 “그에게는 결정권이 없다”고 언급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직접 전화를 걸어 강하게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 정치적 압박과 미국의 종전 요구가 동시에 커지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의 선택지는 크게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반전을 위해 미국과 이란의 후속 협상이 결렬되거나 안보 위기가 재점화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리쿠르당 소속 미키 조하르 문화체육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10월 총선 전 놀라운 소식을 전할 것”이라고 언급해 향후 대이란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전쟁 이후 기대했던 외교·안보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