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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불 꺼진 스타벅스…88억 포기하고 역사 강의 들었다

중앙일보

2026.06.22 02:36 2026.06.2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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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3시, 전국 모든 스타벅스 매장의 블라인드가 내려가고 조명이 꺼졌다. 매장 직원들은 커피를 내리고 손님을 맞는 대신 본사에서 지급한 27인치 모니터를 통해 교육 영상을 시청했다. 강의 내용을 메모하며 집중하는 직원들도 보였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전국 2160여 매장을 닫고 직원을 대상으로 ‘역사 인식 및 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시행했다. 이른바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따른 후속 조치다. 조기 영업 종료는 1999년 스타벅스의 한국 진출 이후 처음이다.

22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직원들이 교육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 스타벅스

22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직원들이 교육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 스타벅스

교육은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직원들은 각각 50분 분량의 강의 영상 2편을 시청한 뒤 소감과 의견을 나눴다. 해당 영상은 지난 17일 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와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가 스타벅스코리아 본사 직원과 이마트 부문 계열사 임원을 상대로 진행한 강연을 녹화한 것이다. 이번 교육엔 스타벅스코리아 매장과 본사 직원 총 2만3000명이 참여했다.

오 교수는 ‘기업이 가져야 할 올바른 역사인식’ 강연에서 “민주화 운동을 폄하· 왜곡·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기업 역시 올바른 역사관을 바탕으로 기본에 충실하고, 인권과 평화란 보편적인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사회적 감수성과 윤리 기준’을 주제로 국내외 기업의 마케팅 논란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기업 내 시각에만 갇힌 의사결정 ▶매출 압박과 속도 중심 문화 ▶형식적 승인 절차 ▶동질적인 구성원 중심의 조직 구조 등을 꼽았다. 그는 “사회적 감수성은 선의만으로 갖춰지는 게 아니라 사회를 읽는 능력”이라며 “꾸준한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역삼동의 한 스타벅스에 오후 3시부터 영업을 조기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스타벅스

서울 역삼동의 한 스타벅스에 오후 3시부터 영업을 조기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스타벅스

매장 직원 A씨는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이란 무거운 주제였지만 다시 생각해 볼 부분이 많았다”며 “동료들과 함께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강의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직원 B씨는 “이번 논란을 겪으며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교육을 계기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스타벅스코리아의 하루 매출을 약 88억원으로 추산한다. 회사가 황금 시간대인 평일 오후 영업을 포기하면서 직원 교육에 나선 건, 재발 방지 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수십억원 가치 이상으로 기업 이미지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벅스코리아의 모기업인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도 오는 24일 사장단 회의에 앞서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교육 영상을 시청할 예정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부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아 ‘사회적 민감도’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등 온·오프라인 마케팅 프로세스 전반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다만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잘못은 본사가 해놓고 매장 직원들에게 교육 부담을 떠넘긴다”, “보여주기식 조치 아니냐”는 등 일부 직원들의 불만도 제기됐다.



임선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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