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에서 캐나다에 0-6으로 진 뒤 그라운드에 주저 앉은 카타르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아시아 팀은 1차전 첫 6경기에서 무패를 달리며 화제가 됐다. 그러나 2차전에서는 일본을 제외하고 승리가 없다. 반면 1차전에서 부진했던 유럽·남미 강팀은 2차전 들어 위용을 되찾았다. 강팀과 아시아 팀의 희비가 1차전과 2차전 사이에 극명하게 엇갈린 셈이다.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원인은 현지 적응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아시아 팀은 일반적으로 개막 전 일찌감치 대표팀을 소집해 현지 기후와 시차 적응에 공을 들였다. 반면 유럽·남미 강호는 소속팀 일정 탓에 조기 소집이 어렵다. 긴 시즌 끝에 쌓인 피로를 안고 1차전을 치른 강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몸 상태를 되찾는 ‘평균 회귀’가 2차전 역전의 배경이다.
전력 분석도 작용했을 것이다. 아시아 팀은 1차전에서 두 겹의 촘촘한 수비 블록과 역습으로 선전했다. 강팀들은 48~72시간 안에 이 패턴을 파악해 맞춤형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시아 팀의 전술적 기습 효과는 1차전 이후 사실상 소멸된다는 뜻이다. 선수층이 얇은 아시아 팀은 전술 변화 대응 폭도 상대적으로 좁다. 이번 대회에선 개최국 프리미엄이라는 변수도 있었다. 2차전에서 카타르는 캐나다에 0-6, 한국은 멕시코에 0-1, 호주는 미국에 0-2로 패했다. 이번 대회는 공동 개최국이 3개국이나 됐고 아시아팀들은 2차전에서 사실상 원정 경기를 치렀다.
2차전에서 유달리 약한 팀은 한국이다. 한국은 1954년 스위스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12번의 월드컵 본선에서 조별리그 2차전 성적이 4무 8패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12경기에서 11골을 넣는 동안 32골을 내줬고 선제골을 넣은 적도 한 번도 없다. 1998년 네덜란드에 0-5 대패, 2014년 알제리에 2-4 충격패 등 역대급 참사가 유독 2차전에 집중돼 있다.
한국의 2차전 징크스는 단순한 불운이 아닐 수도 있다. 1차전을 치르고 나면 상대의 적응력이 향상되고, 우리 전략이 분석되며, 개최국 변수까지 겹치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징크스가 아니라 구조적 함정에 가깝다.
조별리그 최종전인 3차전은 어떨까.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한 강팀들은 3차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약팀들도 2차전 보다는 성적이 좋다. 이번 대회부터는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조 3위 중 상위 8개 팀이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조 3위도 희망이 있어 승점뿐 아니라 골득실과 다득점 관리도 중요해 상대적 약팀이 수비에 치중하다 역습에 나서는 극단적 실리축구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2차전에 약한 아시아 팀의 예외는 일본이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9개국 가운데 일본은 가장 높은 유럽파 비중을 자랑하며 전술적 다양성과 선수층이 두텁다. 강팀의 데이터 분석에도 흔들리지 않고, 2차전에서 오히려 더 날카로운 전술 변화로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