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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뒤집어쓴 무용수 몸부림…세계적 안무가·조각가 만났다

중앙일보

2026.06.22 08:02 2026.06.2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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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에서 점액을 뒤집어쓴 무용수가 몸부림치는 모습. [사진 GS아트센터]

‘플래닛’에서 점액을 뒤집어쓴 무용수가 몸부림치는 모습. [사진 GS아트센터]

끈적이는 액체와 반짝이는 가루를 뒤집어쓴 무용수들이 안갯속 무대를 누빈다. 안무가 다미앵 잘레와 미술가 코헤이 나와의 협업작 ‘플래닛(방랑자)’이 오는 24~26일 한국 초연을 앞두고 22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상을 통해 일부 공개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다미앵 잘레는 이 작품에 대해 “감자 전분, 모래, 슬라임 등과 같은 재료를 사용해 댄서들이 중력을 거스르는 모습을 자아내려 노력했다”며 “우리 몸이 오랜 세월에 거친 진화와 적응의 산물이라는 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플래닛(planet·행성)’의 어원인 고대 그리스어 ‘방랑자’로부터 착안됐다. 다미앵 잘레는 “방랑하는 인간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적응하고 회복하는 탄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2021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인터내셔널 시어터 암스테르담, 싱가포르 국제예술축제,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하우스 등에서 공연하며 “안무와 시각예술의 완벽한 융합”(프랑스 신문 르 피가로) 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벨기에 출신인 다미앵 잘레는 현재 세계 예술계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는 안무가로 꼽힌다. 시각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비롯해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 마돈나 등이 그와 협업했다. 2024년 제77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멜리아 페레즈’에서 안무를 맡아 시선을 끌었다. 최근에는 공개 2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0만 뷰를 돌파한 그룹 ‘제너레이션(GENER8ION)’의 뮤직비디오 ‘스톰’의 안무를 맡기도 했다.

(왼쪽부터) 작품을 만든 코헤이 나와와 다미앵 잘레는 “가혹한 환경을 이겨내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왼쪽부터) 작품을 만든 코헤이 나와와 다미앵 잘레는 “가혹한 환경을 이겨내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플래닛(방랑자)’은 다미앵 잘레와 2013년부터 여러 차례 협업을 한 코헤이 나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에서 코헤이 나와는 “난민, 환경 등 현재 겪고 있는 여러 문제에서 착안했다”며 “가혹한 환경 속에서 방황하지만 결국 이겨내는 댄서들의 움직임을 얘기했고 다미앵 잘레가 그에 맞춘 안무를 짰다”고 소개했다.

코헤이 나와는 박제된 사슴 위에 크리스털 구슬을 입한 ‘픽셀’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일본 대표 현대 미술가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그의 작품 ‘왕좌’(Throne)가 2018년 특별 전시됐고, 2023년에는 25m 높이의 야외 조각 작품 ‘에테르(Ether)’가 프랑스 센 강 세겡섬에 영구설치되기도 했다.

코헤이 나와는 “‘플래닛’과 같은 공연을 통해 미술관 전시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얻는다”며 “떠오르는 이미지를 무용수들이 어떤 퍼포먼스를 통해 만들어낼지는 여전히 스릴 넘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GS아트센터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다미앵 잘레가 무용수들의 안무를 짜듯, 나는 무대 위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재료들을 안무한다”며 “신체의 덧없음과 조각의 영원성이 서로 겹쳐지는 것. 이것이 다미앵 잘레와의 협업이 이룩한 상징적인 성취”라고 밝히기도 했다.

‘플래닛’(방랑자) 이외에도 두 예술가와 세계적인 현대무용단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 1)가 협업한 댄스 필름 ‘미스트’가 28일 초연한다. GS아트센터와 코헤이 나와의 창작 플랫폼 ‘샌드위치’가 공동제작한 쇼케이스 ‘프리즘’도 역시 28일 관객을 만난다. 공연 장소는 모두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다.





하남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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