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왼쪽)이 스위스 회담에 앞서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뒤는 JD 밴스 미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논의하기 위한 18시간에 걸친 ‘무박 2일’ 협상을 통해 호르무즈해협 관리를 위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레바논 분쟁 종료를 위한 실무기구 성격의 ‘갈등 완화 기구’를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22일(현지시간) 새벽 공동성명을 통해 “MOU 이행 방안을 감독할 고위급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며 “해당 위원회는 60일 이내에 최종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의 안전한 통항을 목적으로, 사고와 오판을 방지하기 위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협상 종료 후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기로 했다”며 “활동 개시는 이번 주중으로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이란산 원유의 생산·판매·운송 관련 제재를 60일간 한시적으로 면제한다”고 밝혔다. 허용 기간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는 8월 21일 0시1분까지다.
이러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양측은 회담 무산 위기까지 가는 기싸움을 펼치며 향후 60일간의 험난한 협상을 예고했다. 이란은 회담 전날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공습을 지속하는 것은 MOU 합의 위반이라며 호르무즈해협 재봉쇄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헤즈볼라를 막지 않으면 “더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위협했고, 그러자 이란은 협상 시작 80분 만에 협상장을 떠나버렸다.
교착 상태에 빠졌던 협상은 중재국의 설득을 통해 가까스로 이어졌고, 결국 “양측이 고무적인 진전을 이뤘다”는 성명이 발표됐다. 공동성명 발표 후 이란은 즉각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에스마일 바가이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 국영방송에 “이란의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재가 면제되고 봉쇄가 해제됐으며, 일부 동결자금 해제와 함께 이란을 위한 대규모 재건·개발 계획이 가동됐다”고 밝혔다. 이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쟁의 종식 등 MOU 13조에 따른 조건들이 먼저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MOU 13조는 레바논 등 모든 전선의 전쟁 종식,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이란의 원유 수출 허가, 동결자금 해제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최종 협상을 시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는 이란이 이런 요구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란의 주장처럼 동결자산 일부가 이미 해제됐다면, 동결자산 해제는 MOU 체결 대가가 아닌 ‘합의 이행에 따른 보상’ 차원으로 이뤄질 거라던 트럼프 대통령의 그동안의 주장과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CNN은 협상단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논의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 방지 메커니즘과 휴전 이행”이었다고 보도했다.
한편 2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1일 초대형 유조선 5척이 오만 해안을 따라 호르무즈해협에 진입해 항행했다. 이들 선박에 적재된 원유 규모는 800만 배럴로 추산된다. 호르무즈해협 안쪽에 대기 중이던 한국 선박 두 척도 MOU 발효 후 처음으로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왔다고 해양수산부가 22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