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휴전선에서 80m 떨어진 곳까지 철책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직후인 2024년 4월부터 비무장 지대에 철책을 설치하고, 지뢰 매설 작업을 진행했다. 사진은 2024년 12월 합참이 공개한 북한군의 철책 설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최전방 군사분계선(MDL) 코앞까지 요새화 작업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은 최전방 MDL 북쪽 80~90m 구간까지 철조망을 전진 설치했고, MDL 선상에서 5~10m 떨어진 곳까지 지뢰 매설을 위한 불모화 작업을 진행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남북이 MDL을 중심으로 각각 2㎞씩 비무장 상태를 유지하기로 약속하고 지켜온 비무장지대(DMZ)의 근간을 뒤흔드는 도발이다.
이번 조치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인 2024년 4월부터 본격화됐다. 북한이 굳이 최전방에 지뢰를 깔고 거대한 방벽과 철책을 세우는 의도는 DMZ를 전면 무장화하고, 휴전선을 국경선화하겠다는 노골적인 적대 의사인 동시에 유사시 한·미의 반격에 대비하려는 다중 포석으로 분석된다. 후방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전방의 재래식 군사 현대화를 결합해 실질적 군사 위협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도 정부는 휴전선 일대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규정한 9·19 군사합의 이행만을 강조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역시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의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안보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나 수사(修辭)로 지켜지는 게 아니다.
군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정전협정의 정면 위반임을 공식화해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유엔사는 “건설, 요새화 및 방어적 조치가 자동으로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북한의 명확한 협정 위반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북한의 MDL 요새화를 비롯한 군사 위협에 대해 ‘상호주의적 비례 대응’에 입각한 한·미의 공동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전방 감시·정찰 자산을 대폭 보강하고, AI 기반의 무인 경계 시스템과 유사시 초기에 무력화할 수 있는 원격 타격 체계 등 ‘과학화 대응 수단’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
북한의 철책 남하를 묵인하거나 방조할 경우 최전방 안보 지형은 돌이킬 수 없이 고착화된다. 말로만 하는 경고가 아니라 과학화 안보와 입체적인 대응으로 북한의 오판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