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위스에서 진행된 이란과의 1차 대면 협상과 관련 이란이 핵과 관련한 지속적 검증 체계를 수용할 것이라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 방문 일정을 마치고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 ‘마린 원’을 타고 도착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이란이 앞으로 오랫동안 ‘핵 투명성(Nuclear Honesty)’을 보장하기 위해 주요 무기 사찰을 수용하는 데 동의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충분히 잘 알고 있다”며 이란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을 협상의 최대 성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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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활동 합의…“핵 영구 종식 첫걸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검증 체계는 이란이 IAEA 핵사찰단의 활동 재개에 합의한 점을 의미한다. 이번 고위급 회담을 이끈 JD밴스 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가진 현지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IAEA 사찰단을 자국으로 다시 초청하는 데 동의했다”며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종식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현지시간 5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 앞에 IAEA 로고가 표시되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이란 국영 IRNA에 “이란과 IAEA 간의 상호 협력은 이슬람 의회(마즐리스)의 승인과 최고 국가안보회의의 결정에 기반해 현행 절차에 따라 계속될 것”이라며 IAEA와의 협력에 합의했음을 인정했다.
미국과 이란이 앞서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개발하지 않기로 재확인한다’는 선언과 함께, 이란의 농축 우라늄은 ‘최소한 IAEA 감독 아래 현장에서 희석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이란의 IRNA는 “이번 회담에서 이란 대표단은 핵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협상도 진행하지 않았으며 새로운 의무도 수용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로 제시한 IAEA의 검증에 합의한 점에 대해서도 의미를 축소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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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동력 유지…핵 본격적으로 못 다뤄”
미국의 언론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과 이란 양측이 대화의 동력은 유지했지만 핵심 쟁점인 이란 핵은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현지시간 22일 JD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란과의 고위급 회담을 마친뒤 미국으로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회담 성과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IAEA 사찰단 복귀를 제외하면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안이나 향후 우라늄 농축 금지 여부 등 핵심 핵 쟁점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IAEA의 복귀에 대해서도 “본질적 핵 문제 해법과 여전히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IAEA 사찰단 복귀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파기한 2015년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JCPOA)에 포함됐던 검증 조치가 복원되는 것”이라며 지적했다. 악시오스는 “미국 정보당국은 완전한 핵 합의가 최종 타결될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논의 진전을 위해서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보장,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위협 수사 자제 등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AEA의 이란 복귀에 대해 “전쟁을 영구적으로 종식하는 데 핵심이 되는 사안에서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한다”며 협상 진정을 위한 최소한의 틀을 마련한 점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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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원유 판매’ 허용…IAEA 상응 조치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IAEA 사찰 수용에 대한 상응조치로 이란의 원유 수출을 허용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롭고 개방된 통항과 IAEA 사찰단의 재입국 수용을 약속했다”며 “이에 따라 이란산 원유의 생산, 인도, 판매를 허용하는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현지시간 22일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로이터=연합뉴스
제재 면제는 미 동부시간 기준 다음달 21일 0시 1분까지다. 이란은 이 기간 원유 판매는 물론 달러화 결제도 할 수 있다. 그간 ‘그림자 선단’을 통해 중국 등에 헐값에 원유를 비공식적으로 판매해왔던 이란의 입장에선 시장가에 원유를 판매할 수 있고, 달러 부족에 따른 환율 급등의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WSJ은 재무부에서 이란 제재를 담당했던 미아드 말레키를 인용해 “미 의회가 지난 20년 동안 구축해 온 대(對)이란 제재 체계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난다는 의미”라고 평가하며 “이란이 핵 프로그램 일부를 포기하기 전에 상당한 경제적 혜택을 얻는다는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대니얼 태넌바움 선임연구원은 NYT에 “JCPOA 때 제재 완화는 즉시 제공되지 않고 IAEA가 핵 관련 의무 이행을 확인한 지 6개월 뒤인 ‘이행의 날’에 이뤄졌다”며 이번 조치가 오바마 정부 때 이뤄진 제재 해제에 비해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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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자금 ‘선해제 및 용처’ 논란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이란의 약속 이행 전에 지급하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밝혀왔던 동결자금 해제 문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협상 종료 후 원유 수출 재개와 함께 “동결 자금 일부가 해제됐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양해각서 체결 이전부터 본협상 돌입의 조건으로 250억 달러 규모의 동결자산을 먼저 해제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완화는 행동의 문제”라며 이러한 주장을 일축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 방문 일정을 마치고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 도착한 뒤 전용차량을 이용해 이동하고있다. AP=연합뉴스
이와 관련 밴스 부통령은 협상을 마친 뒤 “이란이 미국산 대두, 옥수수, 밀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이란의 자산 동결을 해제하는 데 동의할 수 있다”며 “이는 매우 훌륭하고 전형적인 트럼프식 거래로, 미국 국민과 이란 국민들에도 좋다”고 강조했다. 동결자산 일부를 해제하되 용처를 미국산 농산물 구입으로 한정시켜 자금이 핵무기나 테러 지원으로 활용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밴스 부통령은 이날 미국으로 귀국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이 동결자금을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만 쓴다는 데 동의했느냐’는 질문을 받자 “자금이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흘러가도록 보장하기 위해 (중재국인)카타르에 메커니즘 구축을 요청했다”면서도 이란의 동의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JD밴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가운데) 및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현지시간 21일 협상의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의 회담장에 미리 도착해 샤리프 총리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밴스 부통령은 이어 “근본적으로 (협상와 이행에)진전을 보이지 않을 경우 자금은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며칠 동안 진행될 협상에서 분명히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