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축구팬들이 세네갈전을 하루 앞둔 22일(한국시간) 뉴욕 크루즈에서 ‘바이킹의 후예’다운 노 젓기 응원을 연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노르웨이 축구팬들이 북중미 월드컵에서 선보이는 독특한 응원이 화제다. 붉은색 유니폼을 갖춰 입고 뿔 모양 투구를 착용한 팬 수백 명이 일렬로 앉아 둥둥 울리는 북소리에 맞춰 우렁차게 “로~(Ro)”나 “루르(Ror)” “후”를 함께 외친다. 동시에 노를 젓듯 양팔을 뻗었다가 당기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는 그들의 조상인 바이킹의 노 젓기를 응용한 응원 동작이다. 특유의 일사불란한 응원은 그라운드 밖 분위기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 열정적인 노르웨이 팬들은 이라크와의 조별리그 I조 1차전 장소인 미국 보스턴에 이어 세네갈과 2차전을 치를 뉴욕까지 장악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선 “부활한 바이킹이 배를 타고 미국 전역을 횡단 중”이라며 뜨거운 반응이 쏟아진다.
노르웨이 의회에서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 번 두드리자 의원들이 여야 할 것 없이 몸을 뒤로 젖히며 “로”를 외치기도 했다. AFP=연합뉴스
최근 SNS 영상을 통해 노르웨이 팬들이 보스턴 도심 한복판의 에스컬레이터에 줄지어 앉아 허공에 노를 젓는 장면이 널리 퍼져나간 뒤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지난 18일에는 노르웨이 의회에서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 번 두드리자 의원들이 여야 할 것 없이 몸을 뒤로 젖히며 “로”를 외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러시아 대회 당시 아이슬란드 팬들의 ‘바이킹 천둥 박수’를 떠올리게 하는 노르웨이식 노젓기 응원은 이번 대회 최고의 밈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노르웨이 팬들이 어디서건 노젓기 응원을 시작하면 순식간에 다른 나라 팬들이 뒤에 따라붙어 대열을 키운다. 가사를 몰라도, 춤을 못 춰도 손쉽게 동참할 수 있는 응원법이다 보니 호응이 더 뜨겁다. 이라크와의 1차전 당시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의 득점 직후 노르웨이 서부 베르겐 지역 지진 관측 장비에 미세 진동이 감지됐는데, 이는 수많은 축구 팬들이 한꺼번에 뛰어오르며 발생한 진동으로 확인됐다.
노르웨이 홀란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바이킹 콘셉트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 인스타그램
노르웨이 선수들은 월드컵 개막에 앞서 바이킹 콘셉트로 기념 사진도 찍었다. 실제로 이번 대표팀에는 ‘바이킹의 후계’가 셋이나 있다.
홀란을 비롯해 공격수 알렉산데르 쇠를로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토르스트베트(사수올로)의 부친(알프잉에 홀란, 예란 쇠를로트, 에리크 토르스트베트)이 나란히 노르웨이 대표로 1994년 미국 대회 본선 무대를 누볐다. 당시엔 아쉽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아들 세대에선 그 이상을 지향한다. 지난 1998년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무대를 밟은 노르웨이는 ‘바이킹 후손’ 삼총사를 앞세워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한 선배들의 한을 푼다는 각오다.
이번 대회 이라크와의 1차전에서 홀란의 멀티 골을 앞세워 4-1 대승을 거뒀다. 23일 세네갈과 2차전에서 이기면 32강행을 확정 짓는다. 오는 27일 보스턴에서 열릴 노르웨이-프랑스전은 조별리그 최고 빅 매치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