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자기효능감’이 낮을수록 인터넷게임장애(게임중독)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파 분석을 통해 인터넷게임장애와 자기효능감의 관계를 처음으로 확인한 연구다.
최정석·최홍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23일 이러한 연구 내용을 공개했다. 성인 인터넷게임장애 환자 46명, 건강한 성인 45명 등 91명을 대상으로 게임 화면에 대한 뇌 반응을 뇌파로 분석한 결과다.
인터넷게임장애는 스스로 게임 이용을 조절하지 못해 학업·직업·대인관계 등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장애다. 전 세계 유병률이 알코올 중독과 비슷한 6.7%로 높은 편이며, 최근 게임 보급이 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연구팀은 게임 화면과 일반 사진을 보여주며 뇌파를 기록하고, 게임 화면을 본 직후 뇌에서 나타나는 전기 신호 크기를 측정했다. 자기효능감·대인관계 수준도 설문을 통해 확인했다.
그 결과, 게임 화면을 볼 때 인터넷게임장애 환자와 일반인은 서로 다른 뇌파 반응을 보였다. 뇌파 신호의 발생 부위를 심층적으로 역추적했더니, 환자는 뇌 두정엽 중심뒤이랑의 신경 활성도가 일반인보다 높았다. 반응을 보인 부위는 눈으로 보는 것과 손으로 조작하는 것을 연결하는 감각 처리 영역이다. 게임을 오래 반복할수록 화면만 봐도 몸이 먼저 반응해 스스로 제어하기 전에 게임을 지속하게 되는 패턴이 굳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를 진행한 최정석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 삼성서울병원
특히 자기효능감이 낮을수록 게임 자극에 대한 충동을 억제하는 통제력이 약해져 인터넷게임장애에 취약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환자의 자기효능감 점수는 평균 24.5점으로 일반인(30.3점)보다 낮았다. 대인관계 점수도 환자 76.3점, 일반인 94.1점으로 차이가 뚜렷했다.
이는 뇌파 반응 분석에서도 비슷했다. 환자 그룹에서 자기효능감 점수가 낮을수록 게임 화면을 볼 때 뇌 전기 신호가 크게 나타나는 ‘반비례’ 관계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퍼블릭 헬스’ 최근호에 실렸다. 최정석 교수는 “인터넷게임장애 환자의 뇌 반응과 자기효능감의 연관성을 뇌파라는 객관적 지표로 처음 확인했다”면서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긍정적 경험과 생활 관리가 인터넷게임장애 예방·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소한 성취 경험 등을 쌓으면서 자기효능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