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서울 양천구 양강초등학교 스쿨존 일대에서 양천경찰서 소속 교통 경찰이 등굣길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10년 내 음주운전 재범에 대한 양형 기준을 초범과는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10년 내에 음주운전 재범을 하면 최대 징역 6년에 처해질 수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한 권고형을 정하는 과정이다.
양형위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양형기준상으로 ‘10년 내 재범 음주운전’을 초범과 별도의 유형으로 분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형기준이란 판사가 내릴 형의 수위를 정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설정 범위와 유형 분류를 논의하고, 형량 범위나 양형 인자는 향후 논의할 예정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10년 내 음주운전 재범을 저지르면 혈중알코올 농도가 0.2% 이상이면 징역 2~6년 혹은 1000만~3000만원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3%이상 0.2% 미만이면 징역 1~5년이나 벌금 500만~2000만원에 처해진다. 10년 내 음주측정을 거부·방해해도 징역 1~6년 또는 벌금 500만~3000만원에 처해진다. 다만 이 법정형의 사이에서 양형위가 판사들에게 권장하는 형량 범위(권고형)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동안 음주운전 재범에 대해서는 별도의 양형기준이 없었다. 헌법재판소가 2021년 11월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 거부 전력을 이유로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며 입법 공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헌재는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범죄를 무제한 가중처벌하는 예는 발견하기 어렵다”며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회는 2022년 헌재의 위헌 결정을 해소하는 새로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처벌 수위는 그대로 두되, 형 10년 이내 다시 위반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요건을 구체화했다. 2023년 1월 법이 시행되면서 양형기준도 새로 마련하게 됐다.
다만 약물운전 범죄는 이번 권고형 설정 범위에서는 빠졌다. 양형위는 “약물운전 관련 규정 시행 이후 사례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며 “약물의 스펙트럼이 넓고, 음주운전과 법정형이 다르기 때문에 음주운전의 양형기준을 참고해 기준을 설정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채권추심법 위반 범죄 일부 유형은 새롭게 양형기준을 마련하기로 정했다. 채무자·관계인에게 변제자금 마련을 강요하는 경우, 채무자 외의 사람에게 대신 변제를 요구하는 경우 등이다. 채무자의 직장 등에서 채무에 관한 사항을 공연히 알리는 경우, 채무자 외의 사람에게 채무에 관한 거짓 사실을 알리는 경우 등을 양형기준 설정 범위에 새롭게 포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