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금복주 규탄 기자횐견을 열고 있는 모습. 뉴시스
과거 지역 소주회사 금복주의 불매운동에 나섰던 한 시민단체가 이번엔 구매 운동에 나섰다. 지역기업 구매 운동을 벌이는 첫 타자로, 금복주를 지목한 것이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경실련)은 23일 금복주의 존립과 성장을 위한 범시민 구매 운동을 제안했다. 조광현 경실련 사무처장은 “지역 향토기업인 금복주가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며 “앞서 불매운동을 진행하면서 금복주의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됐기에 지역기업 상품에 대한 구매 운동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복주는 대구·경북 지역 주류제조업체다. 대표 상품으로는 ‘참소주’가 있다. ‘대구 술=참소주’로 통하던 금복주의 매출액은 매년 감소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복주의 매출액은 2023년 602억 원, 2024년 571억 원, 지난해 521억여 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0년 전인 2016년 금복주의 매출액 1391억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금복주의 영업이익 또한 매년 감소 추세에 있는데 지난해 금복주의 영업이익은 17억원으로 2016년 영업이익 341억원의 5% 수준에 불과하다.
금복주의 매출 감소에는 지역 주류회사에서 생산하는 희석식 소주 인기 감소와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큰 영향을 미쳤다. 희석식 소주는 참이슬, 처음처럼, 좋은데이, 참소주 등이 있는데 경쟁사 제품 간 맛이나 품질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해 소비자의 취향이 크게 반영되지 않는 상품이다. 기술력보다 브랜드가 더 중요해 소비자들이 습관적으로 기존의 선택을 반복하는 상품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희석식 소주의 소비는 브랜드, 이미지 등 마케팅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대구경북 향토기업 금복주의 참소주가 ‘2026 몽드셀렉션’에서 금상(Gold Award)을 받아 지역 술상을 너머 세계의 주류로 품평받고 있다. 사진 금복주
현재 대기업의 소주시장 독점 비율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부산 소주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오던 대선주조가 지난해 상반기 부산 소주 시장 점유율을 30% 기록하면서 하이트진로(38%)에 이어 2위가 됐다. 2019년 69%였던 대선주조의 점유율이 6년 만에 반 토막 난 것이다. 대선주조가 하이트진로에 추월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역 소주가 지역 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곳은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지역 소주 브랜드는 광고 금액 자체도 대기업에 밀린다. 2024년에 하이트진로는 2024년 1840억 원, 롯데칠성음료는 1265억 원의 광고 비용을 각각 지출했다. 하이트진로가 2024년에 지출한 광고비용은 금복주 2024년 매출액의 3배에 이른다. 거기다 금복주의 경우 2016년, 2017년 두 차례의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2016년 1월 금복주에 근무하던 한 여성 직원이 결혼을 앞두고 퇴사 압박을 받았다며 노동 당국에 신고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성평등한 직장 문화와 제도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후 금복주 직원이 판촉물 배부 업체 대표 측에서 수년간 명절마다 상납금을 받았다는 사실도 경찰 수사로 드러나는 등 논란이 이어지자 대구에서 대대적인 불매 운동이 이어졌다.
대구 시민단체들은 대구 대표 먹거리 골목인 남구 안지랑 곱창골목과 동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 등을 찾아 업소와 손님들을 대상으로 금복주의 행태를 고발하는 1인 캠페인을 전개했고, 대형마트 등 소매 판매점에서도 참소주 불매를 위한 1인 캠페인을 펼쳤다.
금복주는 한때 대구·경북 소주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했지만, 논란 이후 2016년 말 50%대로 떨어졌다. 이에 금복주 측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 내부 근무 환경 개선 시스템을 마련하고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을 위한 기부활동을 전개해왔다.
금복주가 금복장학재단을 통해 지난 12일 대구·경북지역 중학생 515명에게 총 2억5750만원의 선행장학금을 전달했다. 사진 금복주
금복주 관계자는 “현재 여직원부터 남직원까지 모든 법적 휴가를 공정하게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으며 매출은 하락했지만, 기부활동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2일 금복장학재단을 통해 대구·경북 중학생 515명에게 선행장학금 총 2억 5750만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대구경실련은 대구 시민들에게 금복주뿐만 아니라 지역기업 생산제품 우선 구매 등 지역기업의 존립, 성장을 위한 범시민적 운동 전개를 제안하고 나섰다. 조 사무처장은 “지역기업 살리기 운동은 진부할 수 있지만, 일자리와 소득을 지역에 남기고 대외 유출을 줄이는 지역순환경제를 이룬다”며 “대구시와 시의회도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강구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