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과 딥페이크 등 허위 영상물 제작·유포 피해를 경험한 이들 가운데 10명 중 3명 이상이 전 연인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가해자가 친밀한 관계인 경우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성평등가족부는 23일 만 19~64세 남녀 1만1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2022년 9.8%에서 지난해 7.6%로 감소했고, 성기 노출 목격 피해는 9.3%에서 5.9%로 줄었다.
성추행 피해 경험률은 3.9%에서 2.4%로, 강간 및 강간미수 피해 경험률은 0.2%에서 0.1%로 각각 낮아졌다.
반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살펴보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비중은 크게 증가했다.
대전경찰청이 제작한 딥페이크 성 착취물 관련 경고 포스터. 뉴스1
불법촬영물이나 허위 영상물 피해를 경험한 응답자 가운데 전 연인으로부터 가해를 당했다는 응답은 2022년 9.3%에서 지난해 30.2%로 급증했다. 현재 연인에 의한 피해는 6.9%에서 18.8%로, 배우자에 의한 피해는 4.0%에서 9.6%로 각각 증가했다.
여성 응답자만 보면 전 연인에 의한 피해 비율은 13.8%에서 42.5%로 크게 뛰었으며, 연인과 배우자에 의한 피해 역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응답은 전체 기준 46.0%에서 21.4%로, 여성 기준 47.6%에서 14.6%로 크게 감소했다.
성추행 피해에서도 친밀 관계 가해가 늘어나는 양상이 확인됐다. 전 연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응답은 4.8%에서 13.1%로 증가했으며, 직장 상사·동료나 거래처 관계자에 의한 피해 비중도 29.3%로 3년 전보다 상승했다.
딥페이크 이미지. 셔터스톡
강간 및 강간미수 피해는 강요, 속임, 협박, 회유, 폭행 등 다양한 형태의 압박과 함께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평등가족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비동의 강간죄 도입 여부를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을 관계 부처 및 전문가들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를 경찰에 신고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8%에 그쳤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73.0%로 가장 많았으며, ‘증거가 부족해서’,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등이 뒤를 이었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경로는 유포자의 협박이 37.0%, 주변 지인이 35.0%를 차지했다. 피해자 61.3%는 추가 유포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성폭력에 대한 불안감은 여성에게서 더욱 높게 나타났다. 밤늦게 혼자 다닐 때 성폭력 피해를 걱정한다는 응답은 여성 53.1%, 남성 7.8%였으며, 혼자 집에 있을 때 낯선 방문객이 두렵다는 응답도 여성 40.4%, 남성 6.9%로 집계됐다.
응답자들은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2차 피해 방지 대책(45.7%)을 꼽았다. 이어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33.0%), 피해자 지원 서비스 강화(32.2%), 가해자 재범 방지 처분 강화(28.7%)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성폭력 안전실태조사는 내년부터 여성폭력·가정폭력 실태조사와 통합돼 '여성폭력 통합 실태조사'로 개편된다. 이에 따라 표본 규모는 기존 1만명에서 2만5000명으로 확대되며, 교제폭력과 디지털 성범죄 등 다양한 관계성 범죄를 보다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