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종일 보고서 쓰는 기계”…스토킹 ‘전건접수ㆍ즉일조사’ 원칙에 현장 반발

중앙일보

2026.06.23 00:21 2026.06.23 17:4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경찰청 본청. 사진 연합뉴스

경찰청 본청. 사진 연합뉴스


경찰이 관계성 범죄 초기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는 모든 사건을 정식 접수해 당일 조사하는 방안을 시행했지만, 일선 여성청소년과 수사 부서와 지역 경찰관서에서는 “물리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15일부터 ‘스토킹 범죄 대응 및 관리 체계 강화 방안’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112에 접수된 스토킹 신고 가운데 지속성·반복성 요건을 충족하는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면, 기존처럼 현장 경찰관이 조사 후 현장 종결하거나 상담 기관에 연계하는 식으로 매듭짓지 않고 ‘전건 접수’ ‘즉일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3월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당시 피해자 신고가 있었음에도 경찰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후속 조치 성격도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게시된 여청 수사관 게시물. 사진 블라인드 캡처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게시된 여청 수사관 게시물. 사진 블라인드 캡처


제도가 전면 시행된 지 일주일 남짓 지났지만 일선 여성청소년 수사관들의 불만 목소리가 크다. 경찰 커뮤니티 등에선 “스토킹 즉일 조사에 매달리느라 기존에 있는 성폭력·아동학대 사건은 들여다보기도 어렵다”며 “신고 건마다 일일보고를 쓰다 보니 종일 보고서 쓰는 기계 됐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 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은 스토킹·가정폭력·교제폭력·아동학대 사건 등을 담당하는데, 통상 3~5명 규모로 운영된다. 인력은 한정돼 있지만 스토킹 신고는 증가 추세다. 경찰청 112 신고 처리 현황 통계 따르면 지난해 스토킹 관련 신고는 4만4687건으로 2024년 3만1947건보다 약 40% 증가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채권추심·층간소음도 스토킹 신고”

서울 지역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한 수사관은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돈을 빌려준 사람이 변제를 요구하며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층간소음 분쟁 과정에서 상대방을 스토킹으로 신고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이런 사건까지 모두 스토킹으로 입건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인원 한두 명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 관계성 범죄의 중요성이 커지고 여성청소년 수사의 범위도 확대되는 만큼 경찰청 내 여성청소년국을 신설해 정원을 확보하고 수사와 사후 조치 체계를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 지역 지구대 소속 한 경감은 “과거에는 현장 출동 경찰관이 입건 여부를 판단해야 했지만, 이제는 스토킹 범죄가 확인되면 모두 사건으로 접수하기 때문에 현장 출동 경찰관의 부담이 일부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사건 수 자체가 늘면서 여성청소년 부서에 업무가 집중되고, 현장 경찰관 역시 서류 작성과 신고 처리 업무가 가중되는 등 인력·시간 문제는 여전하다”고 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가용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조직 전체의 정책 방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현실적인 인력과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업무 범위만 확대하기보다 기본에 충실한 장기적·거시적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아미([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