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7회 국무회의 겸 제12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자산 양극화 문제와 청년들의 소외 문제를 짚었다. 최근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배경으로 거론됐던 문제들이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반도체 호황, 그중에 주식시장 급성장이라고 하는 이 눈부신 성과가 있습니다만, 그 이면에 자산 양극화라고 하는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의 시간에서도 이 대통령은 서민 소득 지원 방안 검토를 구윤철 경제부총리에게 당부하며 “물가 상승률은 높고, 양극화가 좀 심하다. 소득 양극화도 심하고, 지금 주식시장이 대형 우량주들만 많이 오르다 보니까 그것도 약간 양극화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발표된 리얼미터·에너지경제 여론조사(지난 15~19일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처음으로 ‘데드 크로스’했다. 부정 평가가 49.7%로, 긍정평가(46.7%)를 오차 범위 내에서 역전한 것이다. 리얼미터는 “유럽 순방 성과와 코스피 9000선 돌파 등 일부 긍정 요인에도 불구하고, 자산시장 양극화 우려가 부각되며 중도층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지 이탈이 나타나 하락세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경진 기자
이 대통령은 자산 양극화의 피해자로 청년층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통해서 자산을 형성할 기회 자체가 부족한 우리 청년 세대는 현시대에 가장 큰 소외자들”이라며 “역대급의 성과급이나 역대급인 코스피 지수도 나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라는 청년들의 소외감을 정부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현재의 청년 세대가 직면한 이러한 문제들을 일거에 해소할 소위 왕도는 없다”며 “정책 전반에 걸쳐서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한 세심하고 꾸준한 노력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청년미래적금 신청이 시작됐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어진 토의 과정에서도 이 대통령은 청년 미래 적금과 관련해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가입 요건은 어떻게 되는지, 예산은 충분한지 등을 물었다.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됐던 서울시장 등 주요 승부처를 내준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청년 정책 부재가 주요 패인 중 하나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가장 낮은 연령층이 18~29세였고, 그 다음이 30대였다. 특히 취임 초반 여론조사와 비교해볼 때 30대의 이탈이 눈에 띄었다.
지방선거 후 정부·여당에선 청년 정책 담당 부처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전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자신이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반도체 호황으로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미래세대를 위한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또 청년층이 분노했던 20대 예비군 사망 사건과 예비군 식중독 사태도 언급하며 관련 부처를 질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K-방산을 비트박스로 표현한 국방부의 정책 홍보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국제유가 상황을 점검한 뒤 “조금 더 과감하게 (석유)최고가격제는 유지하고, 최고가격도 좀 낮춰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민 경제 충격을 고려해 석유 최고가격을 낮추는 수준에서 최고가격제는 좀 더 유지해야 한다는 발언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최고가격제도 낮추고, 필요하다면 다른 정책 대안도 같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음주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여성 소방관이 끝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갑질이라고 하는 것, 그것도 최악의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각 부·처·청에서 내부 조직 점검을 꼭 좀 해보라”며 “다시는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각별히 챙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