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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안 갑니다”…‘블랙홀 난제’ 푼 고교생이 택한 길

중앙일보

2026.06.23 00:30 2026.06.23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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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종로구 서울과학고등학교에서 졸업생 배이진(왼쪽)·장근영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과학고 졸업생 배이진·안건우·장근영 군이 재학 당시 권용준 물리교사와 함께 집필한 '장방정식에서 도출한 제약 조건 없는 블랙홀 열역학 정식화' 논문이 과학 학술지 '국제 현대물리학 저널 D'에 최근 게재됐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과학고등학교에서 졸업생 배이진(왼쪽)·장근영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과학고 졸업생 배이진·안건우·장근영 군이 재학 당시 권용준 물리교사와 함께 집필한 '장방정식에서 도출한 제약 조건 없는 블랙홀 열역학 정식화' 논문이 과학 학술지 '국제 현대물리학 저널 D'에 최근 게재됐다. 연합뉴스

“주변에서 의대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저는 의대에 갈 생각이 없습니다.”

23일 서울과학고에서 기자들을 만난 배이진(18)씨는 “기초과학과 공학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하는 연구자가 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2월 이 학교를 졸업한 배씨가 지난해 같은 학교 장근영·안건우(19)씨와 함께 집필한 논문이 최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학술지인 ‘국제 현대 물리학 저널 D(International Journal of Modern Physics D)’에 게재됐다.

이들은 시공간의 엔트로피 변화를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에 도입해 완벽한 구대칭이 아닌 복잡한 블랙홀에서도 열역학 제1법칙이 성립한다는 것을 처음 증명했다. 일반적으로 구대칭 형태의 블랙홀이 열역학 법칙을 따른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그외 블랙홀을 기존의 중력장 방정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물리학계의 오랜 난제였다.

학생들을 지도한 논문 교신저자 권용준 교사(서울과학고·물리)는 “이 학술지에 고등학생들이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연구가 새로운 관점에서 중력을 이해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과학고등학교에서 교신저자인 권용준 물리교사(왼쪽부터), 졸업생 배이진·장근영 군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과학고등학교에서 교신저자인 권용준 물리교사(왼쪽부터), 졸업생 배이진·장근영 군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의 쾌거엔 서울과학고의 연구 중심 교육과정이 뒷받침됐다. 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는 2학년 때 이공계 연구 능력을 키우기 위한 ‘R&E(Research & Education)’ 과목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한다. 또한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개설하는 ‘창의융합특강’을 통해 대학원 수준의 수업을 제공한다. 권 교사를 비롯한 10명의 박사급 교원이 있기에 가능하다.

학생들은 평소 깊은 관심이 있던 블랙홀 관련 이론물리학을 선택해 연구했다. 배씨는 “강의를 듣고 연구의 뼈대가 되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2학년 때 시작된 연구는 대입 준비가 한창인 3학년 2학기까지 이어졌다. 대입을 준비하면서도 매주 권 교사와 머리를 맞대고 논문을 완성했던 이들은 대학 입학 후 논문이 게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씨는 “입시 막바지까지 논문을 쓰는 부담은 컸지만 1년 반 넘게 쏟아부은 결실이 보이는 상황에서 포기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배씨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장씨는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재학 중이다. 장씨는 “국제물리올림피아드 출전과 연구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을 수학으로 명쾌하게 풀어내는 물리학의 매력에 매료됐다”며 “앞으로도 기초과학과 공학을 융합해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보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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