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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는 했을 것”“기억은 안나”…투표용지 축소 말바꾼 노태악

중앙일보

2026.06.2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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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전 선관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투표용지부족사태등국민참정권침해진상규명및선거관리개혁을위한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임현동 기자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투표용지부족사태등국민참정권침해진상규명및선거관리개혁을위한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임현동 기자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50%로 축소하는 안건이 보고된 지난해 11월 중앙선관위원회의를 직접 주재했던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노 전 위원장은 그동안 비율 축소와 관련해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중앙선관위가 이날 국회 선관위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25년 11월 24일 제15차 중앙선관위 위원회의 안건지’ 및 관련 회의록에 따르면, 안건지 첫 페이지 ‘공직 선거 절차 사무편람 및 지침’ 항목의 세 번째 안건으로 ‘선거일 투표용지 인쇄 매수 산정 비율 축소’가 명시됐다. 지방선거의 경우 기존 60%였던 인쇄 매수 산정 비율을 6·3 지방선거부터 50%로 낮추는 구체적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안건이 처리된 회의록엔 노 전 위원장을 비롯해 위철환 상임위원(현 중앙선관위원장 대행), 허철훈 전 사무총장 및 비상임 선관위원 대부분이 참석한 것으로 적혀 있다. 선관위는 그동안 회의록 제출을 거부해왔지만, 여야 요구에 따라 국정조사 당일인 23일에야 제출했다.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무대행(상임위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제436회 국회(임시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가를 만지고 있다. 뉴스1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무대행(상임위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제436회 국회(임시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가를 만지고 있다. 뉴스1


회의록이 공개되자 증인으로 출석한 노 전 위원장의 답변도 질의 과정에서 조금씩 달라졌다. 노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보고 목록은 기억나지 않지만, (투표용지 축소가) 사무총장 전결 사안인 만큼 짧게라도 보고는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오후에 윤건영 의원이 “노 전 위원장의 기억은 선택적인 것 같다. 지금은 보고받은 내용이 기억나느냐”고 묻자 이번엔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윤 의원이 당시 회의에 참석한 비상임 선관위원들에게 기억나는지 묻자 남래진 위원이 손을 들며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노 전 위원장이 수사에 대비하는듯한 모습”이라고 평했다.

여야 의원들은 투표용지 인쇄 비율 축소라는 중대한 결정 과정에 관한 논의가 회의록에 남아있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15페이지 분량의 회의록엔 선거구 획정 등에 대한 논의만 담겼을 뿐, 투표용지 인쇄 비율 축소와 관련한 별도 논의 없이 사무총장 전결 사항으로 처리됐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아무 내용도 없는 회의록을 왜 이렇게 애지중지 갖고 있었느냐”고 꼬집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직후 심야인 오전 0시 38분부터 1시 50분까지 진행된 긴급 대책회의 회의록도 발언자 이름을 삭제한 채 이날 뒤늦게 제출했다. 회의록엔 선관위 내부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는 발언이 다수 포함됐다. 한 선관위원은 “투표용지가 부족해 선거권 행사가 지연된 것은 엄청나게 중대한 문제”라며 “이번 사태가 중앙위원회까지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은 상·하급 위원회 간 지휘체계가 무너졌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과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국회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과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국민의힘이 제기한 개표 중단 및 재선거 요구에 대한 대응 방안도 심야 회의에서 논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당일 2021년 독일 베를린 지방선거 사례를 거론하며 재선거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 선관위원은 “장 대표가 언급한 독일 베를린 재선거 사례와 이번 사안은 다르다”며 “당시 독일은 오후 내내 투표용지가 고갈돼 유권자가 무더기로 투표를 포기하는 등 선거 결과 왜곡이 정량적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개표 중단 요구와 관련해선 문제가 없는 투표함부터 우선 개표하고, 문제가 발생한 투표소는 사태 수습 이후 별도로 합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서울 송파구 투표소의 대치 상황과 관련해선 서울시선관위 간부를 현장에 보내 설득하고, 필요할 경우 경찰력을 동원해 투표함을 회송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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