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6회 국회(임시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23일 열렸지만 증인으로 채택된 선거관리위원 다수가 불출석했다가 뒤늦게 출석해 “국민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이날 노태악 전 위원장과 허철훈 전 사무총장, 위철환 상임위원(위원장 직무대행) 등 중앙선관위 수뇌부와 서울시·송파구선관위 관계자 등 44명을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회의장엔 노 전 위원장과 위 대행을 제외한 중앙선관위 비상임위원 7명이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민석 전 서울시선관위원장, 민소영 전 송파구선관위원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상임 선관위원 전원이 불출석했다. 짬짜미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질타했고,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에 대한 집단 항명”이라고 지적했다. 질책이 이어지자 위 대행은 “불출석한 중앙선관위 비상임위원 7명 중 5명은 오후에 출석하겠다고 연락이 됐다”고 했다. 실제 오후 회의엔 중앙선관위 조병현·박순영·남래진·김대웅·윤광일 위원과 오 전 위원장, 민 전 위원장 등이 뒤늦게 자리했다.
전 서울시선거관리위원장인 오민석 서울중앙지방법원장과 전 송파구선거관리위원장인 민소영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조병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등 오후 출석 증인들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증인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노 전 위원장이 재임 중 배우자 동반 해외 출장을 세 차례 다녀오는 등 선관위가 방만하게 운영된 데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에 노 전 위원장은 “(문제라는) 큰 의문을 갖지 않았다”며 “국민들에게 그렇게(부적절하게) 비춰지는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했다.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외부 감사를 위한 ‘원 포인트 개헌’ 필요성이나 위 대행 사퇴 문제엔 여야가 이견을 보였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선관위가 감사를 안 받을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고 하자 위 대행은 “그 부분은 원 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본다”고 했다. 노 전 위원장 역시 “개헌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윤상현 특위 위원장은 “개헌은 여야 합의가 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무대행(상임위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6회 국회(임시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가를 만지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밥친구’”(서범수 의원)라며 위 대행의 사퇴를 압박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위 대행이 중립적으로 사태 수습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신동욱 의원도 “대통령과의 관계 등 중립적일 수 없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데, 물러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동안 비공개됐던 선관위 회의록 등이 이날 공개되기도 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직후인 지난 4일 심야에 진행한 회의록과 ‘투표용지 인쇄 축소 결정’을 내린 지난해 11월 24일 회의록이다. 4일 오전 0시 38분에서 오전 1시 50분까지 열린 중앙선관위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한 선관위원은 “개표를 중단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투표용지 인쇄 비율 축소와 관련해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고 밝혔던 노 전 위원장을 질타하며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했지만 자료엔 ‘선거일 투표용지 인쇄 매수 산정 비율 축소’라고 선명하게 나와있다”고 지적했다.
사태 당일인 지난 3일 선관위 해석과에서 정리한 ‘투표용지 부족에 따른 선거 연기 사유 해당 여부 등 정리’ 문건도 공개됐다. 재선거·재투표와 관련돼 작성된 이 문건에선 ▶선거를 이미 실시했으므로 선거 연기 사유가 아니고 ▶선거의 전부 무효 판결 또는 결정이 있는 때가 아니므로 재선거 사유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적시됐다.
그러나 재투표에 대해선 ‘해당할 수 있으나 개표 절차 종료가 필요하다’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를 하지 못한 선거인이 있으므로 ‘기타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관위가 재투표가 가능하다고 해석했단 사실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선거는 선거 절차를 전부 다시 진행하는 걸 뜻하지만 재투표는 특정 투표소에 한해 투표를 다시 실시하는 걸 말한다.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앞줄 오른쪽 둘째)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투표용지부족사태등국민참정권침해진상규명및선거관리개혁을위한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선관위는 기존에 알려진 내용을 정정하기도 했다. 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최초 인지 시점을 오전 11시 40분이라고 밝혔지만 선관위는 국정조사에서 최초 인지 시점을 오전 11시 34분으로 6분 앞당겼다.
선관위는 또 ▶위원장 상근제 및 복수 상임위원제 도입 ▶국회에 독립적 선거관리평가위원회 설치 및 감사기구 법률화 등의 자체 개선 방안을 보고하기도 했다.
국조특위는 8월 1일까지 45일간 활동한다. 다음 달 1일엔 중앙선관위와 각급 선관위,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으로부터 2차 기관 보고를 받는다. 다음 달 8일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14일엔 1차 청문회, 22일엔 2차 청문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