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의 해산 명령이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확정됐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한국의 대법원에 해당한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23일 최고재판소가 전날 가정연합의 해산을 명령한 도쿄고등법원의 판결을 유지하고, 이에 대한 가정연합 측의 특별항고를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가정연합 측은 종교법인격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번 재판은 지난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아베 전 총리를 살해한 범인이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는 범행 동기를 밝힌 이후 가정연합의 고액 헌금 등이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그간 교단 측은 재판에서 고액 헌금이 ‘자발적 행위’라는 점과 민법상으로 다툴 문제이기 때문에 교단 해산은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도 민법상 불법행위가 해산 요건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시 총리는 2022년 10월 민법상 불법행위도 “조직성·악질성·계속성”의 3요건을 충족하면 해산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법 해석에 따라 교단 조사를 진행했고, 2023년 10월 해산명령을 청구했다.
이어 2025년 3월 도쿄지방재판소는 “인원수, 금액 모두 유례없는 막대한 피해”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불충분한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해산을 명령했다. 도쿄고등법원도 올해 3월 한국 본부의 활동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 통념을 벗어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금액을 설정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기부 권유를 용인했다고 판단했다.
최고재판소도 22일 교단의 고액 기부 권유로 인한 피해의 정도와 규모, 조직성을 감안하면“(해산명령은) 필요하고 부득이하다”고 밝히고,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20조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제시했다. 또, 1973년부터 2022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다액의 손해를 조직적으로 입혔다고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종교법인법에 규정된 해산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했다.
종교법인법은“법령을 위반하고 현저히 공공복리를 해친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행위”에 대해 법원이 종교법인에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에서 법령 위반을 이유로 해산 명령이 확정된 종교법인은 가정연합 이전엔 지난 1995년 3월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등 2개 단체가 있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모두 교단 간부가 형사 사건에 연루됐다. 민법상 불법 행위에 근거해 해산 명령이 최종 확정된 것은 가정연합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