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투표가 중단된 뒤 시민들에게 배부한 대기표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표를 얼마나 배부했고, 나눠준 대기표를 얼마나 회수했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국회 선관위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인 지난 3일 대기표를 배부한 투표소 목록과 대기표 배부·회수 매수 등을 묻는 질의에 “현 상황에서 이를 객관적으로 추산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답변했다.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가 얼마나 되는지, 또 대기표를 받고도 실제 투표하지 못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된 투표소의 경우 오후 6시 이전 도착한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대기표를 배부했었다.
선관위가 23일 특위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전체 1만4288곳 중 91곳이었다. 실제 투표가 중단된 곳은 26곳이다. 선관위는 해당 투표소에 투표용지 6297매를 추가 배분했으며, 이 중 3291매가 사용됐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대기표 배부·회수 현황은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 투표를 못 한 유권자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조현욱)를 구성하고 자체 조사를 벌였다. 진상규명위는 실제 참정권 피해를 본 유권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투표 중단 사태가 발생한 26개 투표소의 투표록을 전수조사했다. 투표록은 각 투표소를 책임지는 투표관리관이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을 기록한 문서로, 대기표 관련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조현욱 위원장은 투표록에 기재된 대기표 배부·회수 내용을 근거로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7투표소에서 12명이 실제 투표하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투표록의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22일 MBC 라디오에서 “투표록에 ‘몇 명이 기다리다가 갔다’는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당시 현장이 워낙 혼란스러웠고 민원 대응도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에 정확하게 기재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23일 통화에선 “투표록을 근거로만 봤을 때 26개 투표소에서 최소 30~40명의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대기표 배부·회수 내역이 향후 선거 소청과 선거 무효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직선거법 224조는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있더라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해 선거의 전부나 일부의 무효 또는 당선 무효를 결정하거나 판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실제 투표하지 못한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야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선 객관적인 대기표 배부 및 회수 자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건영 의원은 “대기표를 배부한 투표소 목록과 배부 매수조차 선관위가 파악 못하고 있다는 것은 현장 선거 관리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