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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잠그니 옆집 배달그릇 손댔다…165㎏ 청년 비극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중앙일보

2026.06.23 08:12 2026.06.2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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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국립대전숲체원에서 프라더-윌리증후군 환자와 가족들이 환우회가 마련한 캠프에서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사진제공 프라더-윌리증후군 환우회

지난 1월 국립대전숲체원에서 프라더-윌리증후군 환자와 가족들이 환우회가 마련한 캠프에서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사진제공 프라더-윌리증후군 환우회

정부의 청년 탈모 건강보험 적용 방침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하반기에 탈모(M자형 남성형 탈모) 건보 적용 방침을 최근 공식화했다. 탈모 건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청년 정책에서 나왔다. ‘건보의 정치화’로 볼 수 있다. 중병이 우선이라는 ‘사회보험 건보’와 강하게 부딪힌다.

2022 대선 소확행46호 공약
이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청년 소외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보험료는 냈는데 혜택이 없다, 정말 절실한데 왜 안 해 주냐. (중략)청년 소외감이 너무 커져서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당시 이 발언에 앞서 청년 탈모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요새 젊은이들이 (탈모약을) 많이 쓴다더라. 그거(건보 적용) 검토해 보셨나?”라고 말했다. 청년 비만 건보 문제도 제기했다. 정은경 복지장관이 “검토 중”이라고 하자 “언제부터 언제까지 하고 있어요?”라고 따졌다.
대통령의 탈모 보험 적용 주문
현실 안 맞는 '건보의 정치화'
사회적 약자 비만은 중증 질환
암 건보 적용도 탈모보다 시급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46호 공약으로 탈모 치료제 건보를 제시했다. 탈모에 대한 관심이 특별나다. 그러니 관료들에게 비만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정 장관은 지난해 12월 “유전적 탈모는 의학적 연관성이 떨어진다”며 탈모 건보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피력했지만, 지금은 거둬들인 듯하다.

의학적 논리로, 사회보험 논리로 따져보자.
#자폐증을 앓는 34세 남성 장애인은 체질량지수(BMI) 49.3의 초고도비만 환자이다. 키 183㎝, 몸무게 165㎏이다.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의 합병증을 앓는다. 어릴 때부터 음식 집착이 심했고, 비만으로 이어졌다. 체중을 줄이면 당뇨병·고혈압 등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가만있지 못하고 수시로 고함을 질러 살 빼기나 운동이 어렵다. 위고비·마운자로 같은 비만약이 절실하다.

#22세 여학생은 당뇨 환자다. 2022년 병원을 찾았을 때 키 171㎝, 몸무게 107㎏(BMI 36.6)였다. 당뇨약 복용 후 체중이 90㎏으로 줄었다. 거기서 멈췄다. 주치의는 “오젬픽(위고비와 같은 성분)이라는 당뇨병약을 쓰면 체중이 더 줄고 병이 좋아진다. 그러나 건보 기준이 까다로워 엄두를 못 낸다”고 말한다.

청년 탈모 인구가 적지 않지만, 비만도 만만치 않다. 19~29세 비만율이 2019년 27.6%에서 2024년 33.5%로 올랐다(국민건강영양조사). 30대는 34.9%→37.9%로, 40대는 35.6%→44.1%로 상승했다. 50대 이후는 약간 올랐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모든 비만환자에게 건보를 적용하자는 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 즉 장애인·정신질환자·저소득층에게 우선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체중 관리가 안 된다. 위 절제수술(건보 적용됨)을 해도 다시 살이 찐다. 이들의 비만약 건보가 절실한가, 탈모 건보가 절실한가”라고 말한다.

“고통없이 떠나” 엄마 눈물
더 딱한 청년이 있다. 병적 식탐을 보이는 프라더윌리증후군 환자다. 부모가 냉장고 잠금장치를 달거나 냉장고 앞에서 자며 음식을 지켜야 할 정도다. 그래도 양념통·설탕통, 커피믹스 박스를 통째로 비우기 일쑤다. 이웃집이 내놓은 배달음식 그릇에 손댄다. 이 병은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희귀질환으로 대부분 BMI 40을 넘는다. 성장이 늦고 사회생활이 힘든 지적장애인이다. 국내 300여명이 있다.

올해 초 3명의 20대 환자가 하늘나라로 갔다. 한 여성 사망자는 키 150㎝, 몸무게 130㎏(BMI 58)이었다. 비만이 수면무호흡증을 유발해 자다가 숨졌다. 엄마는 “아이가 고통 없이 떠났다”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은영 한국프라더윌리증후군환우회 대표는 “비만이 오면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심장병·신장병·혈관질환·골다공증이 연쇄적으로 온다. 비만약 건보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한다. 어떤 환자는 500만원 더 들여 1년 복용하다 부담스러워서 중단했다.

건강보험법 1조는 건보 적용 대상을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출산으로 규정한다. 탈모 건보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 일반적 비만도 근거가 약하다. 그러나 병적 수준의 비만은 중증질환과 다를 바 없다. 청년 비만을 방치하면 40, 50대에 더 악화한다. 45세 남성 초고도비만 환자(키 170㎝, 몸무게 131.9㎏, BMI 46.2)는 평소 당뇨병·신부전증·지방간을 앓았다. 목 주변에 지방이 많이 쌓였고, 수면무호흡증으로 얼마 전 숨졌다고 한다.

탈모 청년도 "중병 먼저"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최근 4명의 30대 초반 탈모·비만 청년의 얘기를 들었다. 회사원 강모(32·서울 서대문구)씨는 한 해 10만원 들여 탈모약을 복용한다. 부담이 크지 않다. 그는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박모(32·경기)씨도 월 1만원의 약값을 쓴다. 회사원 최모(32·경북)씨는 군 제대 후 'M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의사가 머리를 보더니 두말않고 처방전을 줬다. 최씨 역시 심리적 효과가 더 크다고 느낀다.

청년 셋의 공통 의견. “탈모약에 건보가 되면 도움이 되겠지만, 중증질환이 먼저.” 비만 청년 김모(31·서울 광진구, BMI 34)씨는 “탈모는 삶의질의 문제지만 비만은 생명의 연속성과 관련 있다"고 말한다.

복지부는 2005년 비만약 건보 적용을 추진했다. 일찍이 획기적 시도를 했지만 20년 넘게 밀리고 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난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암·심장병 등 중증질환 건보 보장률이 떨어진다. 암 정책이 빠지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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