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정 사용자위원과 류기섭 근로자위원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에서 각각 지불능력 고려와 2027년 최저임금 1만2000원 요구 손팻말을 앞에 세우고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뉴스1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줄다리기가 어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1만320원)보다 16.3% 오른 시급 1만2000원, 월 250만8000원(월 209시간 기준)을 내놓았다. 노동계는 “점심 한 끼 값보다 최저시급이 낮아서야 되겠느냐, 국민 상식에 기초한 최소한의 사회적 요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몸살을 앓았던 문재인 정부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면 노사가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어제 발표한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조사한 결과는 요즘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영업자의 57%가 지난해에 비해 올해 경영 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내년 최저임금의 적정 인상률로 ‘동결’을 택한 이들이 44.6%로 가장 많았다. 자영업자의 59.2%는 현재도 이미 고용 여력이 없다고 했다. 자영업자 3명 중 1명(34%)은 월평균 소득이 올해 최저임금(월 215만6880원)보다 적었다.
최저임금은 경제 상황과 사용자의 지불 능력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12.4%인 276만9000명이었다. 최저임금 제도에서 배제된 근로자가 이렇게나 많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은 최저임금 미만율이라고 불리는 이 비율이 무려 31.6%에 달했다. 경영계는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숙박·음식점업 중에서 ▶한식 음식점업 ▶외국식 음식점업 ▶김밥 및 기타 간이 음식점업만이라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지난주 최저임금위원회 표결에서 부결됐다.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든 자영업자의 호소가 매년 묵살되는 건 유감스럽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일본·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과 산업 경쟁국들은 단일 최저임금이 아니라 지역·업종·연령·숙련도 등 다양한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문재인 정부 때처럼 취약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간 ‘을 대 을’의 전쟁이 벌어져선 안 된다. 지금 경제 형편에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