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문지방을 왜 자꾸 넘습니까” 안희정 구속영장에 盧의 분노

중앙일보

2026.06.23 13:00 2026.06.23 17:4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안희정 정무팀장. 중앙포토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안희정 정무팀장. 중앙포토

12화.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 의혹 사건의 전말


" 문지방을 한 번만 넘으면 되지, 두 번 세 번 넘을라 그래요. "

2003년 6월 26일 청와대. 노무현 대통령이 전국 검사장들과 오찬 모임을 주재하던 도중 역정을 냈다. 엿새 전 마무리된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 자신의 최측근이자 ‘동지’인 안희정(이하 존칭 생략)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심기가 상했던 모양이었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나라종금의 돈을 받은 안희정에 대해 구속영장(문지방)을 두 번 청구했다가 기각된 뒤 세 번째 청구를 고민하다 접은 일을 빈정댄 뼈 있는 비유였다. 오찬에 참석한 강금실 법무부 장관, 송광수 검찰총장,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 등 전국의 고검·지검장 36명이 순간 긴장했다. 수사를 지휘한 안대희 중수부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인사 악수할 때 내게 한마디도 안 건네더라. 그런 차에 그 얘기(문지방)를 들으니 정말 뜨끔했다. 오찬 회의였는데 밥이 제대로 넘어갔겠나. 실제로 안희정씨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더라면 아마 내가 날아갔을지도 모르겠더라…. "

노무현을 불편하게 한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 의혹’은 나라종합금융(나라종금)의 대주주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과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이 나라종금의 퇴출을 막기 위해 1999~2000년 안희정 등 정·관계 인사들에게 거액의 불법 로비 자금을 뿌린 사건이다.

2002년 김대중 정권에서 1차 수사를 벌였으나 로비 의혹의 핵심을 뭉갠 채 그해 6월 종결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19일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 노무현의 측근 ‘A’씨와 ‘Y’씨가 나라종금의 돈을 받았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금품수수설과 은폐설은 이듬해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도 재점화했다. 안희정(A)과 염동연(Y)의 이름이 각각 2억원과 5000만원의 구체적 액수와 함께 언론에 실명으로 오르내렸다.

노무현 정부가 갓 출범하고 파문이 커지던 2003년 4월 3일, 송광수 검찰총장이 자신의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안대희 중수부장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렀다.

" 나라종금 사건으로 말이 많네요. 이것부터 털고 갑시다. (송광수) "
" 네. 신문 보면 그 얘기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대통령 측근이라서 우리가 봐줬다는 소리 들어선 안 되겠습니다. (안대희) "
" 가뜩이나 검찰의 위상이 위태로운데, 검찰을 다시 바로 세워야겠네. (송광수) "

나라종금 사건에 대한 재수사 지시였다. 송광수의 말에는 “비리 혐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뉘앙스가 풍겼다. 캐비닛에 넣어두었던 사건 파일을 다시 꺼내 비리를 캐내라는 주문이었다.


안대희로서는 조금 난감했다. ‘중수부장 안대희’의 첫 작품이 자신을 발탁한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측근에게 칼을 들이대는 일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노무현이 노기를 품게 된 사연은 이렇게 출발했다.

2003년 여름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중수부장이 함깨 대검 청사를 걷고 있다. 김상선 기자

2003년 여름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중수부장이 함깨 대검 청사를 걷고 있다. 김상선 기자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 의혹 사건을 둘러싼 전말은
· “내가 걸림돌이라면”… 노무현의 승부수
· 수사 돌파구 연 조은석 검사(현 내란특검)의 활약
· 안희정 구속에 매달린 검찰의 사연
· 노무현은 ‘동지’ 안희정의 돈과 무관했나
· “수사는 활쏘기, 활시위가 당겨지면 쏘지 않을 수 없어”


중수부장의 무게와 중압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그렇다고 구렁이 담 넘듯 할 수도 없었다. 청와대의 하명 사건을 맡아 면죄부를 주고 애완견이 될지,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 검찰의 수사 독립과 신뢰를 확보할지 시험대에 올랐다.

(계속)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url을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문지방을 왜 자꾸 넘습니까” 안희정 구속영장에 盧의 분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9124

‘칼의 춤, 검찰 징비록’ 또 다른 이야기
“김건희만 구속했어도 살았다” 78년 역사 자멸 이끈 檢의 패착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4404

文은 ‘칼잡이 尹’ 쓸모 알았다…서로에게 재앙된 4번의 인연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6347

尹사단 6년 9개월 왕좌의 게임…그 진군 끝에 78년 검찰 망했다③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8190

“죄다 형님·동생…그때 변했다” 檢에 독배 된 ‘범죄와의 전쟁’④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0053

“도시락에 쪽지 숨겨져 있었다” ‘노태우 구속’ 검사 놀란 이유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2014

전두환 “뭐? 뇌에서 뭐가 뽑혀?” 단식 중단후 檢조사 응한 사연⑥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4006

“아버지입니까 檢총장입니까” 구속 된 그때, YS 차남의 충격⑦-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5845

“차남 구속해라” YS가 시켰다?…“각하가 웁니다” 檢에 온 전화⑦-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7658

DJ 삼남 구속, “만세” 터졌다…검사실 ‘안정환 골든골’ 비화⑧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9576

“DJ 차남 구속 직후 사표 썼다” 임기 못 채우고 떠난 검찰총장⑨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1353

“형, 술 사줘” 노무현과 친했다…DJ때 물먹은 안대희 발탁 전말⑩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5225

盧 “대통령 기분 좀 내려는데”…SK 쳐들어간 검찰의 노림수⑪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7213




고대훈.백일현.정유진([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