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등장과 함께 생성형 AI 시대가 열리면서 반도체는 더 이상 부품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심화되면서 중국은 ‘탈 엔비디아’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AI 반도체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대기업이 있는 반면, 처음부터 특정 AI 반도체에 집중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회사들도 있다.
중국 AI 반도체의 선구자인 캠브리콘(Cambricon, 寒武纪), 자율주행용 AI 칩을 만드는 호라이즌(地平线,Horizon), 생성형 AI용 GPU 시장에 뛰어든 엔플레임(燧原科技, Enflame)은 중국 AI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 이들 중국 AI 반도체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 및 핵심 경쟁력을 3주에 걸쳐 시리즈로 소개한다. 그 첫 번째 주자는 캠브리콘이다. "
2010년대 초반. AI 열풍을 논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기. 중국의 한 연구실에서는 AI 전용 칩의 필요성에 주목했다. 화웨이(华为, Huawei) 스마트폰 칩에 기술을 적용하며 급성장했다. 이후 중국 AI 반도체 열풍을 타고 국가 전략 사업의 중심 축으로 부상했다.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바로 ‘캠브리콘(Cambricon, 寒武纪)’. 캄브리아기(Cambrian Explosion)에 생명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듯, 캠브리콘은 ‘AI 칩 대폭발’ 시기의 중심에 서 있다. 캠브리콘은 중국 AI 반도체 열풍의 시작이자 상징적인 존재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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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프로젝트의 화려한 변신, 화웨이 업고 급성장
캠브리콘은 연구실 프로젝트가 독립해 스타트업이 된 케이스다. 지난 2016년 중국과학원(CAS) 산하 컴퓨팅기술연구소의 연구 프로젝트에서 분사돼 설립됐다. 창립자 천톈스(陈天石), 천윈지(陈云霁) 형제는 어려서부터 영재로 유명했다. 둘 다 중국 최고 수준의 영재 프로그램인 중국과학기술대(USTC) 소년반(少年班) 출신이다.
이들 형제는 일찌감치 AI 전용 칩의 필요성에 주목한다. AI 연산은 패턴이 정해져 있는 만큼, 아예 그 패턴만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칩을 만들자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나온 DianNao(딥러닝 가속 아키텍처 연구) 논문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AI 전용 가속기’ 개념을 학계에서 선도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천톈스는 이 개념이 ‘연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AI 연산 수요가 폭발하기 전에 산업화를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후 연구 프로젝트를 스핀오프하면서 캠브리콘이 탄생한다. DianNao 연구 프로젝트에서 출발해 그 설계 철학을 상용화한 것이 지금의 캠브리콘 NPU(Neural Processing Unit, 신경망 처리 장치) 칩이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 캠프리콘에게 화웨이는 아주 중요한 고객이었다. 화웨이의 모바일 AI 칩 개발에 참여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Kirin 970(麒麟970) 시리즈에 NPU를 공급하면서 빠른 속도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스마트폰에 AI 전용 칩을 넣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굉장한 화제를 모았다. 또 캠프리콘은 알리바바(阿里巴巴), 레노버(联想) 등의 빅테크 기업과 국유 VC(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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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전환 성공, ‘중국판 엔비디아’ 수혜 이어질까
위기도 있었다. 화웨이가 캠프리콘과의 협력을 중단하고 독자 칩(하이실리콘 Ascend 계열) 개발로 전환해서다. 귀인이자 협업 관계였던 화웨이가 경쟁자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매출 상당 부분을 화웨이에 의존하던 캠프리콘은 큰 타격을 입었다. 한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다.
천톈스는 AI 칩의 확장성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단순히 모바일 AI 칩에 머물지 않고, 데이터센터용 칩과 클라우드 AI 가속기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 것이다. 마침 기회도 찾아왔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맞서 중국은 기술 자립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고, 생성형 AI 열풍이 불면서 AI 반도체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한마디로 노력과 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캠브리콘은 다시 폭발적인 성장기를 맞이하게 됐다.
캠브리콘은 지난 2025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연간 매출은 64억 9800만 위안(약 1조 2994억 원), 순이익은 약 20억 5900만 위안(약 4118억 원) 규모로 발표됐다. 1년 전 대비 매출이 약 5배로 크게 늘었다. 중국 AI 칩 스타트업 대부분이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캠브리콘은 실제 대규모 상업화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최근 캠브리콘의 위상은 스타트업을 넘어 중국 AI 반도체의 국가대표급으로 올라가는 중이다. 처음에는 중국판 엔비디아로 각광받았다면, 이제는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와 캠브리콘의 경쟁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화웨이가 중국 AI 생태계의 절대강자라면, 캠프리콘은 기술력을 가진 독립 AI 칩 플레이어로 통한다. 화웨이는 AI 칩부터 클라우드를 비롯한 시스템 전체를 만드는 AI 플랫폼 기업이라면, 캠브리콘은 AI 가속기 설계에 집중하는 팹리스 회사다.
여러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앞으로 캠브리콘은 2026년에 생산 능력을 3배 이상 확대하고, 차세대 대규모 언어모델(LLM)용 칩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파운드리(SMIC) 의존도와 공정의 한계, 화웨이 등 중국 내 경쟁사의 부상은 캠브리콘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미국 제재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AI 반도체 폭발기의 시작을 연 캠브리콘의 역사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전 세계의 시선이 캠브리콘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