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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결혼이민자, 폴리텍서 의료기기 전문가 도전

중앙일보

2026.06.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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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하이테크과정 입학생 냐작냠 할리온 씨(오른쪽)의 가족. [사진 본인제공]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하이테크과정 입학생 냐작냠 할리온 씨(오른쪽)의 가족. [사진 본인제공]

강원도 원주의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강의실에서 의료기기 관련 법규를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는 조금 특별한 이력으로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다. 몽골 출신 결혼이민자 냐작냠 할리온(35) 씨다. 아이의 엄마이자 의료기기 전문가를 꿈꾸는 유학생이다.

그의 삶엔 여러 번의 도전이 있었다. 건축가의 꿈을 품고 한국 유학길에 올랐으나 대학에서 새로운 전공을 선택했고, 한국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이제는 또 다른 미래를 위해 의료공학을 배우고 있다. 낯선 나라에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야 했고, 출산과 육아까지 병행해야 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는 한 번도 배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지금까지의 모든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중심에는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의료공학과 하이테크과정이 있다.



건축가를 꿈꾸며 한국행…새로운 삶을 선택하다

냐작냠 씨가 한국에 온 이유는 분명했다. 건축가가 되고 싶었다. 몽골에서 성장한 그는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 한국 유학을 결심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대학 진학을 준비했으나, 실제 진학까지는 학비와 성적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 당시, 서울 몽골타운에서 친했던 언니의 권유로 한라대학교 뷰티디자인과에 입학했다. 취업과 창업이 비교적 쉽다는 이유였다. 당시만 해도 그의 미래는 뷰티 분야에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을 취득해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에 매진했고, 대학생활에도 잘 적응했다.

하지만 인생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대학 재학 중 아르바이트를 하던 식당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연애가 시작됐고 결혼으로 이어졌다. 4학년 때 아이를 출산하면서 그는 다시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

뷰티 업계는 근무시간이 길고 주말 근무도 많았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는 보다 안정적인 직업과 생활 패턴이 필요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보내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며 "아이를 낳고 나니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타대학에서 뷰티디자인과를 전공하였던 냐작냠 씨는 폴리텍대학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사진 본인제공]

타대학에서 뷰티디자인과를 전공하였던 냐작냠 씨는 폴리텍대학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사진 본인제공]




의료공학과 하이테크과정,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

새로운 길을 찾던 그에게 뜻밖의 계기가 찾아왔다. 남편이 근무하는 회사에는 일본인 직원 한 명이 있었다.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은 외국인이었지만 전문 기술을 바탕으로 당당히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의료공학과 하이테크과정을 졸업한 뒤 취업에 성공한 사례였다. 남편은 "당신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용기와 의지를 북돋아 줬다.

결국 그는 다시 한 번 도전을 선택했다.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아이의 엄마가 된 상황이었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의료공학과 하이테크과정에 입학했다.

이 선택은 그의 인생에서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하이테크과정은 미취업 고학력자를 신산업분야 인력으로 양성하는 고급 직업교육과정이다. 특히 의료공학과는 의료기기 인허가와 품질관리, 의료기기 관련 법규 등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 역량을 단기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학과다. 의료기기가 안전하게 제조되고 관리되는 전 과정을 배우기 때문에 학습 범위도 넓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뷰티디자인을 공부했던 그에게 의료기기법과 품질관리, 인허가 제도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였다. 특히 전문 용어와 법률 용어는 한국인 학생들에게도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동기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했고, 교수들의 지도를 받으며 하나씩 배워나갔다.



실습실에서 3D 모델링을 통해 의료기기 부품을 제작 가공하고 있는 냐작남 씨

실습실에서 3D 모델링을 통해 의료기기 부품을 제작 가공하고 있는 냐작남 씨



주말엔 엄마, 평일엔 학생…꿈을 향한 멈추지 않는 발걸음

현재 그가 마주한 가장 큰 과제는 육아와 학업의 병행이다.

아이는 이제 생후 20개월이다.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가족이 있는 집으로 향한다. 현재 남편은 육아휴직을 내고 냐작냠 씨의 짐을 덜어주고 있다. 그는 "남편의 희생과 응원이 없었다면 학교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텍대학의 지원 역시 큰 힘이 됐다. 학비 부담이 전혀 없는 데다 기숙사와 식사까지 무료로 제공돼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가 높이 평가하는 것은 교수들과 동기들의 존재다. 그는 "교수님들이 학생 한 명 한 명의 취업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도와준다"며 "외국인인 저도 차별 없이 지원해주신다"고 했다.

소수 정예로 운영되는 과정 특성상 학생들은 교수들과 긴밀하게 소통한다. 또래 동기들 역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냐작냠 씨는 또래 동기와 함께하는 학교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하였다.

냐작냠 씨는 또래 동기와 함께하는 학교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하였다.



한국폴리텍대학, 새로운 미래를 향한 자신감

현재 그의 가장 큰 목표는 의료기기 규제과학(RA) 전문가 자격증 취득이다. 의료기기 산업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전문 자격으로, 취업과 진로 설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의 꿈은 자격증 취득에서 끝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우수한 의료기기를 몽골에 소개하고 수출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아직 의료기기 산업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몽골에 한국의 선진 의료기술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좋은 의료기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도록 돕고 싶다"며 "한국에서 배운 기술과 경험을 몽골에도 나누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모든 것이 낯설었던 냐작냠 씨는 이제 아이의 엄마이자 의료기기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는 수많은 어려움과 선택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는 그 선택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든든한 발판이 돼 주고 있다. 냐작냠 씨는 "예전에는 내가 할 수 있을지 늘 걱정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노력하면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몽골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이야기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충분한 희망이 되고 있다.

냐작냠 씨가 의료공학과 프로젝트 실습 결과물을 보여주며 미소를 띠고 있다.

냐작냠 씨가 의료공학과 프로젝트 실습 결과물을 보여주며 미소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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