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일대 초소에 철책 추정 구조물이 설치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유엔군사령부(UNC, 유엔사)가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철책을 부설하는 북한의 조치가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북한의 MDL 침범 혐의를 조사중이라는 추가 설명을 내놨다. 우리 군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유엔사가 북한에 유리한 해석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선은 그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엔사는 24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유엔사 설명자료 : 비무장지대(DMZ) 정전협정 이행 및 최근 북한의 활동’에서 “유엔사는 MDL 침범 의혹을 모두 중대하게 다루며 한국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와 협조해 이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MDL을 침범하거나 MDL 이남에서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유엔사는 구체적으로 북한이 MDL을 침범해 철책을 건설하고 있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남은 구역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침범이 확인된다면 유엔사는 철거를 요구하기 위해 비정치적 정전협정 메커니즘(non-politicized armistice mechanisms)을 활용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북한군이 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선 “첫 번째 현장에 대한 조사가 완료됐다”며 “다른 의심구역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사는 “MDL 남쪽 지뢰 매설은 (정전협정 상) 방어적 조치가 아니다”며 “침범 확인 시 정전협정 위반 처리 절차를 가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군은 MDL 바로 위쪽 80~90m 지점에 철책을 세우고, 지뢰 매설 목적으로 추정되는 불모화 작업을 남한이 설정한 MDL을 넘어선 구간에서까지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엔사가 북한이 MDL 남측 지역에 지뢰를 매설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다.
유엔사는 “북한군은 오판을 막기 위해 기존에 확립된 유엔사와의 소통 체계를 활용해왔다”며 북한 측과의 소통 내역도 공개했다. 유엔사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24년 10월 남북을 연결하는 북측 도로와 철도를 차단하겠다는 의사를 유엔사에 통보했고 유엔사는 이를 한국 지도부에 전달했다. 북한은 지난해 여름 철책을 건설하고 도로를 보수하겠다는 의향을 유엔사에 통보했다.
유엔사는 또 북한군의 MDL 근접 작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경고를 전달했고(actively communicated warnings), 이에 북한군은 태세를 조정하고 북측으로 후퇴했다”고 밝혔다. 긴장 고조 행위가 포착되면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북한도 이를 따랐다는 뜻이다.
유엔군사령부는 24일 홈페이지에 설명자료을 올렸다. 사진 유엔사 홈페이지 캡처
유엔사는 또 “북한의 건설 작업을 모니터링해왔다”며 “북한이 중화기나 무인기를 비무장지대(DMZ) 에 반입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군사적 균형을 깨는 직접적 행위는 하지 않았다는 취지인데, 앞서 북한의 MDL 근접 철책 건설 조치에 “자동적인 정전협정 위반은 아니다”라고 밝힌 데 대한 근거를 제시한 셈이다. 유엔사는 “울타리 설치 및 도로 보수를 포함해 최근 북한의 건설 활동은 MDL 이북 지역에서 이뤄지고 중화기 반입을 수반하지 않는 한 1953년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엔사는 “한국은 DMZ 남측에서 36개 이상의 도로, 철책, 벌목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며 “(이는) 정전협정 위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유엔사는 “남북 양측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남북의 DMZ 내부 작업을 동일 선상에서 보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다만 정전협정 체제를 준수하며 방어적 조치를 취하는 한국과 유리할 때만 유엔사 채널을 활용하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 똑같은 기준으로 판단하는 건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보수적인 접근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은 동시에 남측엔 적극적으로 공격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