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란의 주장에 대해 협상 중단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적당한 시기에 사찰단이 투입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마쿵기에 위치한 맥 트럭스(Mack Trucks) 공장을 방문해 자신의 경제 성과와 이란 전쟁에 대해 언급하며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이란과의 협상을 이끌었던 JD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IAEA의 사찰에 동의했다며 이를 “영구적 비핵화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란이 핵협상의 출발점인 사찰 수용 합의까지 부인하면서, 사찰 수용을 전제로 원유 수출을 허용하는 맞교환을 통해 시작된 본협상이 시작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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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안 했다면 추가 협상 없었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장기간에 걸쳐 최고 수준의 핵사찰을 받는 데 전적으로, 완전히 합의했다”며 “이란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추가 협상은 없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트럭 공장 방문에 앞서 공항에서 기자들과 이란과의 협상 상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이 IAEA의 사찰을 받는 데 동의했기 때문에 원유 수출 제한의 한시적 해제를 비롯해 동결자산 해제 등 이란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조치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 트럭 공장 방문을 앞두고도 “그들은 틀렸다. 자신들도 (사찰 불수용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비공개 협상에서 우리에게 그렇게 말했고, 우리는 100% 사찰을 합의문에 명시해뒀다”고 주장하며 “만약 그들의 말이 맞는다면 나는 지금 당장 회담을 취소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사찰단에 미국인도 포함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 매체의 트레이 잉스트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인터뷰 내용을 이 같이 전했다. 잉스트 기자는 “IAEA가 이란에 들어갈 때 미국 조사관들이 동참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찰단의 투입 시점에 대해선 “적절한 시점에 투입될 것이고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이란과의 협상 직후 “사찰단의 이번주 투입이 예정돼 있다”고 했던 밴스 부통령의 발표와는 다소 차이가 난다.
이와 관련,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파키스탄의 타히르 안드라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실무) 회담은 다음 주, 아마도 화요일(30일)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월요일(29일)이나 수요일(7월 1일)이 될 수도 있다”고 밝다. 다만 그는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4월 11∼12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의 1차 종전 회담이 열렸지만 양국은 합의하지 못했다. 같은 달 21일로 예상됐던 2차 회담에는 미국과 이란 모두 불참했고, 두 나라는 파키스탄을 통해 물밑에서 간접 협상을 지속하다가 지난 14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후 양국은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종전 양해각서를 이행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을 열었고, 전날까지 실무 회담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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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재개는 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
이란은 핵과 관련한 새로운 의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 공습에) 피해를 입은 핵 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기로 합의한 적이 없다”며 “IAEA와의 협력은 ‘기존 절차’에 따라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시간 23일 카슈미르의 시아파 추모자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은 기존 절차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이를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인 이란이 원래 가지고 있던 IAEA의 사찰 수용 의무라는 분석을 내놨다.
CNN은 “밴스 부통령은 (사찰단 입국을) 큰 진전이라고 주장했지만, IAEA는 이미 제한적 접근권을 가지고 있다”며 “단순히 사찰단 입국 허용 자체는 새로운 돌파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는 이란은 NPT 가입국으로서 사찰 수용 의무가 원래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NYT는 이란의 주장에 대해서도 “스위스 협상 때 IAEA에 의심 시설 대부분을 짧은 통보 이후 방문할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며 “이란은 이를 동결자산 해제 등의 요구와 연계하면서 확약하지 않았을 뿐, 원칙적으론 동의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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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불문율 깬 트럼프식 협상의 결과”
이러한 불협화음은 ‘모든 것이 동의될 때까지는 아무 것도 합의된 게 아니다’라는 외교의 불문율을 깬 트럼프식 협상의 결과란 해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마쿵기에 위치한 맥 트럭스 (Mack Trucks) 공장을 방문해 자신의 경제 성과와 이란 전쟁에 대해 언급하며 특유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NYT는 중간 합의에 대한 보안 속에 진행되는 일반적 협상과 달리 이번엔 단편적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성과로 포장돼 공개되는 여론전이 반복되자, 이란도 미국의 주장이 맞더라도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무조건적 공개 부인을 반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중단 가능성까지 언급한 직후 시작한 공장 연설에서는 “우리는 (협상을) 꽤 잘 해내고 있고,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것이고 이란도 동의했다”며 이란의 부인과 무관하게 IAEA 사찰 결정을 기정사실로 홍보했다. 또 구체적 근거 없이 “어제 원유 1900만 배럴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고 이는 해협 역사상 가장 많은 물량”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항해하는 화물선.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올린 SNS 글을 통해서도 이란의 사찰 수용의 대가로 결정한 동결자금 해제와 관련해 “동결 해제 자금은 미국이 관리하는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돼 미국산 식량 구매에 사용될 것”이라고 단정한 뒤 “이는 인도주의적 위기로 늦기 전에 당장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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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공식화로 맞불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행료 징수의 공식화 선언으로 대응했다. 이란은 이날 오만의 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과 ‘무료 통항’을 약속한 기한인 60일 이후엔 해협 통과를 위한 ‘서비스 요금’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맺은 양해각서에서 60일간의 무료 통항 이후 “오만과 해협 관리 체계와 해상 서비스를 협의한다”고 합의한 내용을 공식화한 의미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문제를 걸프 지역 아랍 국가들과도 논의한다.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가 이날 오만을 방문해 이란, 이라크 및 걸프 아랍 국가들이 참여하는 호르무즈 해협 관련 협상 개시를 논의했다. 외교 소식통은 로이터에 “걸프 국가들은 이란이 60일간의 후속 협상 기간 이후 부과하겠다고 밝힌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면제를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란은 환경, 항해 및 보안 명목의 수수료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하이탐 빈 타릭 오만 술탄과의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들의 뒤로는 이란의 협상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의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뉴스
이에 대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호르무즈는 국제수로”라며 “어떤 나라도 국제수로에 통행료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고, 이것이 현행 국제법”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4일 소셜미디어에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대해 이란은 어떠한 통행료, 보험 비용, 그 밖의 어떤 종류의 비용도 요구하거나 받고 있지 않다”며 “만약 이것이 거짓 정보라면 협상은 즉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압박에 이란과 공동성명을 냈던 오만 측은 “국제법 준수와 통행료 없는 안전한 통행 보장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그러자 이란은 재차 반관영 ISNA 통신을 통해 “국제수로에서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은 금지돼 있고 우리도 그럴 의도가 없다”며 “그러나 안전 확보 비용을 포함한 서비스 비용의 개념은 존재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공항에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동시에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동결 해제 자금의 용처를 미국산 농산물 구매로 제한하기로 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이란 문명을 파괴하겠다고 공언했던 전쟁 목표가 이제 미국 농부들을 더 부유하게 만드는 것으로 축소된 점이 흥미롭다”며 “동결이 해제된 자산의 사용처는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란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소셜미디어에서 “미국은 이란에 어떤 돈도 지급하지 않았으며, 미국이 통제하고 있는 이란의 자금 가운데 어떤 것도 이란에 풀어주지 않았다”고 재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식량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우리는 그 식량을 오직 미국에서만 구매해 이란에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같은 날 CNBC 방송에 출연해 “동결 해제되는 이란 자금은 미 재무부의 감독 아래 미국산 식량과 의약품 구매에 사용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앞선 언급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