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대표직을 사퇴하고 8·17 전당대회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정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오늘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 며칠간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제 정치인생을 살펴봤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험난한 고난의 가시밭길이라도 오직 민심, 오직 당심만 보고 저의 길을 가겠다”며 당권 도전도 공식화했다. 자신을 “강력한 개혁 당 대표”라고 규정한 정 대표는 “당 안팎의 저항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지만 묵묵히 일했다. 국민과 당원의 절절한 바람을 잘 알고 있고, 개혁의 엔진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연임 포기를 압박한다는 당 안팎의 해석을 의식한 듯 유독 이 대통령을 자주 언급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저는 정치적 운명 공동체이자 한 몸 공동체”라며 “누가 뭐라고 해도 이 대통령을 끝까지 지킬 사람은 정청래”라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들을 언급하며 “이를 자양분 삼아 이재명의 역사를 꽃피워야한다. 저는 오늘 당 대표를 내려 놓지만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정 대표는 최고위 직후 조승래 사무총장, 한민수 비서실장, 문정복·박지원·이성윤 최고위원 등 친청(친정청래)계 의원들과 가진 비공개 회동에서 “당원이 바라는 대로 했다. 당원들이 결국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당원들의 마음이 정청래에게 모여 100%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는 이날 자신의 지지층이 모인 ‘딴지일보 게시판’에도 ‘당 대표직을 내려놓습니다’는 신고 글을 올렸다.
2026 서울국제도서전 평산책방 부스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혜리 기자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의 첫 외부 일정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었다. 정 대표는 이날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한 문 전 대통령을 찾았다. 정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의) 허락을 받고 온 건 아니어서 아침까지 모르셨을 텐데, 제가 오늘 사퇴한 걸 알고 계셔서 등을 열심히 토닥거려 주셨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25일에는 전체 민주당 권리당원 3분의 1 이상이 모인 호남을 방문한다. 전북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정 대표가 25일 열리는 전북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청(반정청래) 주자인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 측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김 총리와 송 의원이 결국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송 의원이 3자 구도로 가서 김 총리와 단일화하는 방안을 만들어내겠다고 이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한다”고 송 의원과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송 의원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김 총리가 과거 ‘후단협 사건(정몽준 후보로 단일화를 주장하며 노무현 후보의 사퇴를 주장한 사건)’ 여파로 상대 네거티브가 격화할 경우 호남 표를 보장하기 힘들다”며 “수도권·호남이 탄탄한 송영길과 결합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오후 전남 보성군 다비치콘도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러닝메이트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했다. “누구와 사전에 연대할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박 의원은 김 총리와는 가까운 친구이자 송 전 대표와는 대학 선후배 사이다. 김 총리의 측근인 강득구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차기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정 대표의 러닝메이트 후보군으로는 이성윤·최기상·한민수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