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란 케이옥션 6월 경매에서 안중근 의사의 유묵 ‘백인당중유태화’(보물)가 27억원에 낙찰돼 역대 서예작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사진은 백인당중유태화. 사진 케이옥션
안중근(1879~1910) 의사의 유묵(遺墨)으로 국가지정유산(보물)에 올라있는 ‘백인당중유태화(百忍堂中有泰和)’가 국내 경매에서 27억원에 팔렸다. 안 의사 유묵을 포함해 역대 서예작품 경매 최고가 기록이다.
케이옥션은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진행된 6월 경매에서 ‘백인당중유태화’가 치열한 경합 끝에 시작가 16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27억원(수수료 별도)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이날 경매에 나온 107점의 고미술·현대미술품을 통틀어 최고가이기도 하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처음엔 2000만원씩, 나중엔 5000만원씩 호가가 올랐고, 현장 객석에서 최종 2인이 경합한 끝에 주인이 가려졌다”고 전했다. 낙찰자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해당 유묵은 안 의사가 1910년 2월 중국 뤼순 감옥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쓴 것이다. ‘백 번 참는 집안에 태평과 화목이 깃든다’는 의미로 『구당서』 188권 ‘열전’에 전하는 장공예(張公藝)의 고사에서 유래한 글귀다. 1972년 안중근 유묵 26점이 일괄로 보물로 지정될 당시 관리번호상 맨 앞자리인 보물 제569-1호를 받았다. 해당 출품작에는 1910년 2월 14일자 ‘관동도독부법원 안중근 외 사형 판결문’ 유인본도 포함됐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한국인이 입수한 뒤 100여 년 동안 한 가문에서 보존돼 오다 이번에 경매에 함께 나왔다.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 유묵이 경매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열린 케이옥션 경매에 안중근 의사의 유묵으로 보물로 지정된 ‘백인당중유태화’가 27억원에 낙찰됐다고 케이옥션 측이 이날 밝혔다. 사진은 백인당중유태화와 함께 경매에 부쳐진 사형 판결문 유인본. 사진 케이옥션
앞서 안 의사의 순국 직전 글씨 ‘용호지웅세 기작인묘지태(龍虎之雄勢 豈作蚓猫之態)’가 2023년 12월 서울옥션에서 19억5000만원에 낙찰돼 역대 서예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김영복 고미술평론가는 기자로부터 낙찰가를 전해 듣고 “근현대 서예가 작품 중에 고가로 형성된 건 안중근 유묵뿐이고, 앞서 추사 김정희의 작품이 거래될 때도 10억원을 넘긴 적 없다”고 하면서 “국보·보물급 서예 작품이 경매에 나오는 일이 거의 없는데다 안 의사 유묵도 보물 중에선 처음 나온 거라 큰 관심을 받은 듯하다”고 말했다. 안 의사의 유묵은 현재 총 31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으며 국보는 없다.
이날 경매에선 이우환의 150호 ‘점으로부터’가 예상가(16억~30억 원)보다 낮은 15억원에 낙찰되고 올해 탄생 110주년을 맞은 유영국 ‘산’(1967년)도 5억원에 거래되는 등 근현대미술품이 다소 부진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