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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계존속만 가능한 국가폭력 재심 청구…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중앙일보

2026.06.24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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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위헌제청 선고에서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위헌제청 선고에서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국가폭력으로 사망한 피해자의 배우자나 직계친족, 형제자매에게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사망한 피해자의 조카, 제수 등은 재심을 청구할 수 없는 현행법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24일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을 ‘유죄를 선고받은 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로 한정한 형사소송법 424조 4호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을 선언하되 법이 개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적 효력은 인정하는 결정이다.


헌법재판관 7인은 형사소송법 424조 4호가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과거사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형사소송법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법적 안정성만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정당하고 적정한 재판이라는 법치주의의 또 다른 이념을 도외시한 것”이라며 “재판청구권에 관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사 사건 피해자가 결혼하지 않은 채 사망하거나, 민간인 집단 사망·상해·실종으로 인해 온 가족이 희생되는 등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해 적법한 재심청구권자가 부존재하게 된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며 “설령 재심청구권자인 친족이 남아있었더라도 오랜 기간 국가의 방해로 인해 재심청구가 사실상 쉽지 않았다는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 중앙포토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 중앙포토


반면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소수의견에서 “재심청구기간이 별도로 없는 상황에서 이들을 모두 재심청구권자로 규정할 경우, 확정판결의 효력이 지나치게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돼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며 “남소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검사가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재심청구권이 완전히 막힌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이번 헌법소원심판 사건 청구인들은 국가폭력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의 조카와 제수 등이다. 1948년 ‘여수·순천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된 후 경찰 등에 의해 살해당한 피해자의 조카와 제수가 재심을 청구했으나, 직계친족 등이 아니라는 이유로 청구가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또 다른 청구인은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에 연루돼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사망한 고(故) 지학순 주교의 조카로, 재심이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여순사건과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들은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사망해 배우자나 자녀가 없고, 형제자매들도 세상을 떠나 재심청구권자가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옴에 따라 형사소송법 424조 4호의 효력은 내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된다. 재판관들은 단순 위헌으로 선고할 경우 국가폭력 피해자의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들도 재심을 청구할 근거 조항이 사라진다는 점을 고려했다.



조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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