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매컨지에 있는 ‘맥 트럭’ 생산 공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란의 주장에 대해 협상 중단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적절한 시기에 사찰단이 투입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JD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IAEA의 사찰에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이란이 부인하면서 본협상이 시작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이란은 장기간에 걸쳐 최고 수준의 핵사찰을 받는 데 전적으로, 완전히 합의했다”며 “이란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추가 협상은 없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란이 IAEA 사찰에 동의했기 때문에 원유 수출 제한의 한시적 해제와 동결자산 해제 등 보상 조치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또 “만약 그들의 말이 맞는다면 나는 지금 당장 회담을 취소할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사찰단 투입 시점에 대해선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번 주 예정”이라고 했던 밴스 부통령의 발표와는 다소 차이가 난다. 이와 관련,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을 중재하는 파키스탄 외무부는 “2차 실무 협상 날짜로 오는 30일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핵과 관련한 새로운 의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사찰을 허용하기로 합의한 적이 없다”며 “IAEA와의 협력은 ‘기존 절차’에 따라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인 이란이 원래 가지고 있던 IAEA의 사찰 수용 의무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불협화음은 트럼프 특유의 협상 방식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단편적인 내용이 트럼프의 성과로 포장돼 공개되는 여론전이 반복되자, 협상의 우위를 점하려는 이란이 이에 대응해 미국 측 발표를 무조건 부인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과 오만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해협 통항 서비스 요금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라 일단 60일간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기로 했지만, 해당 기간 종료 이후 통항 서비스나 안전관리 등을 명분으로 사실상 통행료를 부과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국제법에 거론되는 통과 통항권을 들어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소셜미디어에서 “선박들에 대해 이란은 어떠한 통행료나 비용도 요구하거나 받고 있지 않다고 알려왔다”며 “이것이 거짓 정보라면 협상은 즉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페르시아만에 고립된 선원 약 1만1000명을 호르무즈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하는 대규모 작전에 나섰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IMO 사무총장은 이날 “이번 작전은 이란과 오만 등 역내 모든 연안 국가, 미국 그리고 해양업계와 협력을 통해 수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상 정보 플랫폼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 22일 호르무즈를 통과한 상선은 최소 36척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한국 선박의 통항도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4일 “호르무즈해협 안쪽에 대기 중이던 우리 선사 운용 선박 4척이 해협을 통과해 정상 항해 중”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현재 해협 안쪽에 남아 있는 한국 선박은 18척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