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라라는 늘 공연 때 ‘전자음악’이라고 쓰여진 박스티를 입고 등장해 땀이 흠뻑 젖도록 뛰며 관객과 호응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다음 달 24~26일 일본 나에바 내바리조트에서 열리는 ‘후지 록 페스티벌’ 라인업에 한국의 전자 음악가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월 한국대중음악 일렉트로닉&댄스 부문 최우수 음반상을 탄 ‘키라라’(34)가 주인공이다. ‘일본의 글래스톤베리’로 불리는 후지 록 페스티벌은 연간 10만명 가량이 찾는 일본 최대 규모의 록 페스티벌이다.
키라라는 국내 주요 페스티벌 무대를 섭렵한 12년차 뮤지션이다. 5장의 정규 앨범, EP 8장, 라이브앨범 2장 등 신곡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키라라(34)는 스스로에 대해 “록의 스피릿을 갖고 전자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무대 위 톤 앤 매너는 록커에 가까워요. 전자음악가 중 무대 위에서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고요. 관객 떼창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사진 파라다이스시티]
이번 달 말엔 K팝 아이돌과 협업한 작업물도 나온다. 아이돌 세븐틴의 멤버 버논과 디에잇이 만든 유닛 그룹 ‘V8’의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버논이 직접 연락해 협업을 의뢰했고, 곡 작업 전 선금도 먼저 받았다”고 했다.
키라라의 음악은 20여년 전 한국에서 유행했던 ‘프리템포’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 등 일명 ‘시부야케이’로 불린 일본의 일렉트로닉 음악들과 닮았다. 오색의 반짝반짝한 멜로디와 화성, 그를 받쳐주는 강력한 킥 베이스, 하우스 리듬이 기본 뼈대다. 그의 대표곡 ‘위시’(2018)가 딱 그렇다. 관객들은 한 손을 든 채 가사도 없는 멜로디에 ‘나나나’를 외치며 멜로디를 다 같이 부른다.
‘위시’는 자살한 친구를 떠올리며 쓴 노래다. 그러나 키라라는 “이제는 그런 의미만 부여하기엔 너무 큰 곡이 돼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젠 ‘위시’가 어떤 마음을 담은 건지 사유하는 걸 포기했어요. 울면서 춤추며 이 노래를 부르는 관객들에게도, 각자가 바라는 ‘위시’가 있을 거잖아요. 저는 그걸 응원하기로 했어요.”
그의 음악은 가사가 거의 없다. 대신 “(텍스트를 녹음한) 샘플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아시안팝페스티벌에서는 관객 누군가가 보내준 편지 녹음본을 수분 동안 틀기도 했다. “팬들에게 음성 녹음을 공모했어요. 거기에 맞춰 배경 음악을 만들었죠. 그가 누구인지, 무슨 사연으로 보냈는지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았어요.”
키라라에게 따라 붙는 꼬리표 중 하나는 성 정체성이다. 그는 트랜스젠더다. 스스로는 “퀴어 사람”이라 부른다. 지난 3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트랜스젠더가 만든 앨범이 상을 받았다. 트랜스젠더 여러분 세상 밖으로 나와라. 울지 마라. 자살하지 말라”는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중견 음악가로서, 또 내가 아는 한 가장 잘 살고 있는 트랜스젠더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4월 서울 서교동에서 열린 그의 단독 공연 타이틀은 ‘봤지 얘들아 나 이렇게 훌륭한 아이야’였다. “20대 초반에 성소수자들을 위한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며 많은 친구들을 만났어요. 하지만 친했던 친구 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그렇게 친구들이 스러져 갔던 건, 아마 누굴 보고 강해져야 하는지 레퍼런스가 없어서였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롤 모델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