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반쯤 도착했어요. 미리 봐둔 북파우치를 사고, 바로 민음사부터 둘러보려고 해요.”
24일 오전 9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 앞. 이날 오전 10시 개막하는 제68회 서울국제도서전을 위해 파주에 사는 20대 중반 직장인 김송희씨는 ‘오픈런’을 했다. 올해가 첫 도서전 방문이라는 김씨는 “도서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정판 도서와 선공개 도서가 가장 탐이 났다”며 일찍 온 이유를 밝혔다.
개막 1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최혜리 기자
이날 도서전이 열리는 코엑스 A홀과 B1홀 앞은 개막 전부터 김씨와 같은 방문객들로 붐볐다. 사전 예매에 성공해 티켓을 산 방문객만 설 수 있는 줄인데도, 각 출입구 앞 약 200m 길이의 공간이 사람으로 꽉 찼다. 총 15만장이 준비된 도서전 티켓은 현재 사전 예매 분량이 모두 팔리고, 당일예매 티켓과 현장구매 티켓만 남아있다. 당일예매는 매일 자정 예매 창이 열린다.
올해로 68회째인 서울국제도서전은 이날부터 닷새간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24~27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28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출판사·서점 등 530여개 참가사가 마련한 각 부스는 독특한 콘셉트와 매대 구성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시인선 론칭 15주년을 맞은 출판사 문학동네는 부스의 한 벽 전체를 지금까지 출간한 시집들로 채웠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안전가옥은 장르를 무작위로 섞어 보여주는 ‘장르 덤프(Genre Dump)’ 콘셉트와 “○○ 하는 게 어때서”라는 슬로건으로 부스를 만들었다. 안전가옥 마케터는 “끝까지 안 읽거나, 굿즈 사려고 책을 읽거나, 표지만 보고 골라도 괜찮다는 의미로 슬로건을 정하고 부스를 꾸몄다”고 설명했다.
출판사 김영사는 ‘짐영사(GYMYOUNGSA)’라는 이름을 붙여 부스 전체를 트레이닝 공간처럼 꾸몄다. 부담 없이 시작하는 책은 ‘스트레칭 존’에, 입문이 어려운 책들은 고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아 ‘근력 존’에 배치했다.
참가사들은 올해도 특색이 담긴 굿즈를 준비해왔다. 최혜리 기자
지난해 출판계에서는 책보다 굿즈의 인기가 많았다며 ‘굿즈 도서전’이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젊은 독자들 사이에선 부스 콘셉트 혹은 굿즈를 통해 책과 출판사를 발견했다는 반응도 많았다. 올해도 대부분의 참가사들은 책과 연관된 소품을 굿즈로 내놓았다.
미스터리 장르를 주력으로 하는 출판사 나비클럽 부스에서 만난 김모씨(25)는 “SNS에서 나비클럽의 부스 콘셉트와 키링 등 굿즈를 보고 도서전에 오고 싶었다”며 “막상 와보니 재미있어 보이는 잡지와 책이 많아 다섯 권이나 사간다”고 말했다.
개막식엔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도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도서전의 올해 주제는 ‘인간선언 호모 두두리(Homo duduri)’다. 이날 오전 열린 개막식에서 김태헌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호모 두두리’는 AI(인공지능) 시대에도 다시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는 인간의 새로운 이름”이라며 “인간의 사유와 상상력을 높여 책의 축제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자”고 말했다. 개막식에는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근식 서울특별시 교육감,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대사 등이 참석했다.
저자들의 강연과 북토크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린다. 25일 오후 2시에는 이번 도서전 주빈국인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전미연 번역가와 함께 신간 『영혼의 왈츠』를 두고 대담을 한다. 이밖에 소설가 강화길·권오경·김보영·김초엽·박지선·아밀·이주혜·은희경·조해진·찬와이·천쓰홍·편혜영 등이 북토크와 세미나, 작가와의 만남 등으로 자리한다.
개막식이 끝난 이날 오후에는 평산책방·돌베개 부스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이 방문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저서와 이재명 대통령의 저서 등을 살펴봤다. 이날 부스에 문 전 대통령이 등장하자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한편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동안, 이 도서전에 참여하지 않는 출판사들의 도서전인 ‘서울제대로도서전’(25~28일)과 ‘서울자체도서전’(24~27일)도 각각 서울 노들섬과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