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9년 5월, 당시 유타주 프로몬토리 서밋에서 미국 대륙횡단철도의 완공을 알리는 마지막 의식이 열렸다. 캘리포니아의 전 주지사이자 중앙태평양철도 사장인 릴런드 스탠퍼드가 황금 못을 내리치자, 그 순간은 전보를 타고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혼신을 다해 추진한 대륙횡단철도의 두 노선이 동서로 연결된 순간이었다. 남북전쟁 직후의 미국인들에게 이 철도의 완공은 새로운 국토 통일의 감격을 선사했다.
동부 대서양 연안에서 서부 태평양 연안까지 마차로 6개월 걸리던 길이 일주일로 단축되었다. 물류비가 대폭 줄면서 서부 개발이 가속화되고 미국 경제 전체의 성장을 이끌었다.
대륙횡단철도 완공 직후 월가는 모험적인 북부 노선 투자에 나섰다. 오대호 인근 미네소타에서 태평양 연안 시애틀까지 3380㎞를 잇는 노던퍼시픽 철도 건설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다.
투자은행 제이 쿡 앤드 컴퍼니가 철도 채권 발행을 주관했다. 철도 붐이 정점에 달했을 때 미국의 연간 철도 자본지출은 GDP의 6%에 달했고, 제이 쿡은 국가 예산의 30%에 육박하는 1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철도 건설로 인프라 관련 회사들은 큰돈을 벌었지만 정작 철도회사는 적자에 시달렸다. 황량한 북서부는 미개척지였다. 선로를 깔았지만 승객과 화물은 미미했다. 반면 연 7.3%의 채권 이자비용은 철도회사의 현금을 빠르게 고갈시켰다.
1873년 9월 자금난으로 쿡이 지급 중단을 선언하자 중소 은행과 기업이 연쇄 도산했다. 철도회사 주가는 수일 만에 50% 가까이 폭락했다. 미국 경제는 5년간 장기 침체에 빠졌고 증시 시가총액의 60% 이상이 증발했다.
김지윤 기자
150년이 지난 지금, 빅테크 기업들은 GDP의 1.5% 안팎에 달하는 수천 억 달러를 AI 인프라 투자에 경쟁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그 덕택에 인프라 건설에 들어가는 반도체 등의 공급 회사가 큰 이익을 얻고 있다. AI는 철도처럼 산업 효율성을 높여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투자를 주도하는 빅테크의 현금 유동성에도 당장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수조 달러의 천문학적 자본지출에도 불구하고 순수 AI 서비스 매출은 미미하다. 투자를 정당화할 자본수익률(ROI)의 개선 속도는 더디다. AI 과잉투자가 이 상태로 가속할 경우, 노던퍼시픽에 비견되는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존한다. AI 과소투자에 대한 두려움이 저수익·고위험의 과잉투자 위기로 폭발하지 않는지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새 시대는 언제나 철도처럼 달려오지만, 끝내 승자를 가르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수익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