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국민연금공단 기자간담회에서 벌어진 해프닝은 연금공단의 대외 소통 능력과 리더십에 의문을 남겼다. 이날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내 주식 비중과 관련한 기자 질문에 “내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줄여가기로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단은 4시간 뒤에 해당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을 요청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을 통해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하고, 이를 2027년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문제는 정정 요청 전에 관련 내용이 이미 기사화됐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1526조원(3월 기준) 규모의 기금을 굴리는 세계 3대 연기금이자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과 자산배분 전략, 환 헤지 방향은 시장 참여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정보다. 국내 주식을 얼마나 사고팔지에 따라 기업과 금융시장, 개인투자자의 기대가 달라진다. 수장의 말 한마디가 시장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경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 23일 온라인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은 그동안 ‘시장 영향’을 이유로 자산배분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개해왔다. 지난달 기금위는 변동성이 큰 국내 주식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국내주식의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그러면서도 SAA 허용범위는 “기금운용 업무의 공정한 수행과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 영향을 이유로 세부 수치까지 비공개로 하면서도, 정작 최고 책임자가 공식 간담회에서 사실과 다른 자산배분 수치를 언급하고 뒤늦게 번복한 거다.
단순한 말실수로 넘기기 어렵다.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는 특정 시점의 증시 부양이나 시장 참여자의 불만을 달래는 데 있지 않다. 2100만명 넘는 가입자의 노후를 책임지고 기금의 장기적 안정성과 건전성을 확보하는 게 본연의 임무다. 단기적인 시장 분위기나 여론보다 중요한 것은 일관된 원칙과 신뢰다.
김 이사장은 과거 공단 이사장 재직 중 임기 10개월을 남겨둔 채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한 전력이 있다. 21대에 당선됐고, 22대 낙선 후 지난해 다시 공단 이사장을 맡았다.이런 이력 탓에 공적 기금 수장으로서 책임감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이번 해프닝은 그에 대한 의심을 더 키웠다.
국민연금 수장에게 필요한 건 발언 하나하나에 무게를 더하는 신중한 소통과 책임 있는 자세다. 코스피가 출렁일수록 그의 입은 더 무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