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청하지 않으면서 대법관 공석 사태가 석 달을 훌쩍 넘겼다. 이런 가운데 오는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을 찾기 위한 추천위원회가 꾸려졌으나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 제청과 임명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현행 헌법(104조 2항)에 따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과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있지만, 후보추천위의 추천을 받은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협의해 최종 후보를 제청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이런 협의 메커니즘이 원만하게 작동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조기 대선 직전에 조 대법원장 체제에서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고, 대법원의 반대에도 민주당 주도로 ‘사법 3법’을 강행하면서 양측의 불신이 깊어진 영향이 크다.
이처럼 청와대와 조 대법원장의 관계가 불편해진 상태에서 노 전 대법관 후임 제청 절차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조 대법원장이 추천을 희망한 후보와 청와대가 선호하는 후보가 맞지 않아 틀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지난 19일 이흥구 대법관 후임을 제청하기 위한 사전 절차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자 28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청와대와 조 대법원장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이 대법관 후임 제청 절차도 겉돌 수 있다.
민주당 주도로 지난 2월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급증하는 상고사건 처리 부담 등을 이유로 대법관을 증원키로 한 명분과 대법관 공백 상태를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생기는 재판 지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제라도 청와대와 대법원은 감정 싸움을 접고 한걸음씩 물러나 속히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