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뒤 달려가는 모습. 이날 경기에서 2골을 터트린 호날두는 월드컵 여섯 대회 연속 득점 기록을 세웠다. [AP=연합뉴스]
24일(한국시간) 미국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우즈베키스탄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K조 2차전. 5-0으로 넉넉히 앞선 채 경기를 마쳤음에도 포르투갈 수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사진)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얼싸 안고 대승을 자축하는 동료들 곁을 무심히 지나치던 그는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중계 카메라를 향해 두 차례나 “내가 돌아왔다!(I’m back)”고 외쳤다. 라이벌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유일무이한 ‘축구의 신’으로 여기고 추앙하는 팬들에게 ‘나를 잊지 말라’고 시위하는 듯했다.
호날두는 이날 2골을 터뜨려 조국 포르투갈에 이번 대회 첫 승(1승1무·승점 4점)을 안겼다. 1985년생으로 41세인 그에겐 의미가 남다른 경기이자 승리였다. 앞서 포르투갈이 약체 콩고민주공화국과 1-1로 비기자 비난의 화살이 무득점에 그친 주포 호날두를 향했다. “노쇠했다”거나 “한물 갔다”는 등의 조롱이 쏟아졌다. 팬들의 반응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라이벌의 맹활약이었다. 메시는 알제리와의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데이어 지난 23일 오스트리아전에도 2골을 보태 월드컵 역대 최다 득점(18골) 기록을 새로 썼다.
호날두는 지난 15년간 메시와 경쟁하며 세계축구를 함께 이끌었지만, 근래 들어 둘의 분위기는 크게 엇갈렸다. 메시가 4년 전 카타르 월드컵에서 고대하던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자 ‘경쟁은 끝났다’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격차가 벌어질수록 호날두가 감당해야 할 경쟁심과 부담감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특유의 점프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하는 장면. [AP=연합뉴스]
우즈베크전은 강한 승부욕이 부담감마저 뛰어넘은 무대였다. 호날두는 이날 전반 6분과 39분에 연속 골을 터뜨려 본선 통산 9·10호골을 신고했다. 이와 함께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서로 다른 6개 대회에서 골 맛을 본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자국 레전드 에우제비우(9골)를 제치고 포르투갈 국적 월드컵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썼고, 카메룬의 로저 밀라(42세 39일)에 이어 역대 최고령 득점 2위(41세 138일) 기록도 세웠다. 메시가 작성한 대기록에 대한 호날두식 반격이다.
멀티 골을 넣고도 호날두는 만족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온 몸을 던져 슈팅을 시도하며 해트트릭 달성 의지를 불태웠다. 경기 후 그는 “사람들은 내가 못할 때마다 ‘은퇴해야 한다’거나 ‘늙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랬듯 버텼다. 그간의 노력을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메시에 대한 경쟁심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경기 후 한 취재진이 “(라이벌) 메시가 2골을 넣었는데, 당신도 이번 경기를 통해 실력을 입증했다”며 라이벌 관계를 거론하려 하자 호날두는 “다음 질문 받겠다”며 단호히 말을 끊었다. 다른 기자가 “이번 대회에서 메시와 맞대결을 원하나”라고 묻자 “무의미한 질문으로 느껴지지만, 어쨌든 멋질 것”이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오늘 경기”라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