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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0분부터 240분까지…투표 멈춘 곳들 ‘연장시간 제각각’ 왜

중앙일보

2026.06.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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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잠실7동 제2투표소에 지난 10일 김지연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관계자들이 현장 검증을 마친 뒤 증거물을 들고 현장을 나서고 있다. 장진영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잠실7동 제2투표소에 지난 10일 김지연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관계자들이 현장 검증을 마친 뒤 증거물을 들고 현장을 나서고 있다. 장진영 기자.


6·3 지방선거 때 전국 여러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됐지만, 이런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이 없어 투표소마다 연장 시간이 제각기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더 오래 투표가 중단된 투표소가 연장 시간은 오히려 짧았고, 단 1분도 연장되지 않았던 곳도 있었다.

또 투표용지 인쇄 하한선을 유권자 수의 50%로 낮추는 초유의 결정은 의결도 거치지 않았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직원 수를 늘리는 결정은 대면으로 ‘만장일치’ 의결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축구 추가 시간만도 못했던 투표 연장”

선관위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소속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업무보고에 따르면 투표가 중단됐던 전국 투표소 26곳의 투표 연장 시간은 서울 송파구 잠실4동 5투표소가 3분, 잠실7동 2투표소는 240분 등으로 달랐다. 그마저도 잠실4동 5투표소는 투표가 57분, 잠실7동 2투표소는 53분 중단됐던 것을 감안하면 연장 시간이 투표 중단 시간에 비례하지 않았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또 11분 중단에 20분 연장(청담동 4투표소), 62분 중단에 25분 연장(잠실4동 7투표소) 등 천차만별이었다. 서울 광진·강남 투표소 4곳과 대구 동구 투표소 1곳은 투표가 4~20분 중단됐음에도 연장 없이 투표가 오후 6시부로 즉시 종료됐다.

이는 투표시간 연장 결정에 대한 명확한 매뉴얼이 없어 발생했다. 선관위는 봉쇄 시위가 벌어졌던 잠실7동 2투표소의 투표 시간을 밤 10시로 연장한 것 외, 나머지 투표소 연장 시간은 “투표소마다 대기자 현황에 따라 자체 결정하게 했다”고 설명한다. 또 “투표 중단이 발생했더라도 종료 시각 기준 대기자가 없는 투표소는 투표 시간을 연장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투표소마다 제각기 다른 연장 시간에 투표를 못 한 유권자가 투표 가능성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투표 중단 시간과 연장 시간이 비례하지 않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크다. 공정선거 시민행동 전시언(39)씨는 “축구의 추가 시간처럼 최소한 멈춘 시간 만큼은 연장 시간으로 보장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수민 국조특위 위원도 “중단에 비례한 연장, 개표 및 출구조사 발표 중단 등 조치로 재선거 논란을 막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재선거를 요구하는 메시지가 붙어 있다. 뉴스1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재선거를 요구하는 메시지가 붙어 있다. 뉴스1


아울러 선관위 ‘공직선거 절차사무편람’에 따르면 정치적 물의 소지가 있거나 시·도 지역 전체의 통일적 대응이 필요한 결정은 선관위가 내리도록 돼 있는데, 서울시 선관위는 상임위원과 사무처장, 선거과장 전결로 투표 연장을 결정한 후 위원회에 사후 보고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번번이 졸속 처리하더니…증원은 만장일치 의결

일부 중앙선관위원이 투표용지 인쇄매수 축소가 졸속 처리되는 데 문제제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중앙선관위 사무처는 지난해 11월 24일 제15차 위원회의에 투표용지 인쇄매수 산정 비율을 유권자 수의 50%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절차 사무편람 및 지침 개정사항 검토(안)’을 보고했다.

지난 22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뉴스1

지난 22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뉴스1


사무 편람 및 지침은 위원회 의결 없이 사무총장 전결로 개정할 수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편람에 있어야 할 부분이 규칙에 들어가 있고, (공직선거관리) 규칙에 있어야 할 부분이 편람에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관리 규칙은 위원회 의결로 고쳐야 한다. 사무처가 위원회 의결을 받아야 할 중대한 내용도 편람으로 자체 결정하려 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회의에선 선관위 공무원 정원을 2982명에서 3024명으로 늘리는 사무기구 규칙 개정안도 만장일치로 의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용지 축소는 위원회 의결 없이 졸속 결정해놓고, 조직 불리기는 정식 의결을 거친 점을 두고 이중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선관위 “부부 출장, 앞으론 자부담”

한편 선관위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부부 동반’ 출장의 현행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노 전 위원장은 배우자와 2024년 독일과 에스토니아, 지난해 덴마크와 스웨덴을 방문했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오른쪽)과 오민석 전 서울시 선관위원장(왼쪽)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회전국동시지방선거투표용지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침해진상규명 및 선거관리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오른쪽)과 오민석 전 서울시 선관위원장(왼쪽)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회전국동시지방선거투표용지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침해진상규명 및 선거관리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인사혁신처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배우자 등 비공무원은 공무수행을 위하여 여행한 경우만 여비를 지급할 수 있다. 노 전 위원장 배우자는 두 번의 출장에서 모두 현지 한국 대사 초청 만찬에만 참여했다. 현지 선관위가 주관한 부부 동반 만찬 등 행사는 없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선관위 예산 책임자뿐 아니라 노 전 위원장에 대한 ‘업무상 횡령’ 적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직 부장검사는 “사무국 직원이 비용 지급을 전결 처리했더라도, 노 전 위원장을 최종 의사 결정권자로 보고 공범으로 의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향후엔 배우자 초청 프로그램 외엔 자부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합수본은 이날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 3명과 송파구 선관위 관계자 9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합수본은 지난 11일엔 선관위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투표록과 내부 결재 문서 등을 확보했다.



손성배.오삼권.김성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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