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열풍, 준버블 붕괴 조짐”…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반도체주 급락 경고
중앙일보
2026.06.24 14:52
2026.06.24 17:47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지난 2022년 스페인에서 연설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최근 미국과 한국 증시에서 나타난 반도체주 급락과 관련해 “AI(인공지능) 투자 열풍이 준(準)버블 붕괴 국면에 들어선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그동안 AI 투자 확대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혀 왔다. 하지만 AI의 실제 생산성 효과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루그먼은 24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 논평에서 “AI 사용과 연산(compute) 수요를 둘러싼 분위기와 수사가 최근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을 녹화한 전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하루 만에 약 8% 하락했고, 한국 코스피지수도 약 10% 떨어졌으며 나스닥 역시 2.2% 하락하는 등 반도체 중심 기술주 조정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크루그먼은 최근 연구들이 AI가 생산량은 크게 늘려주지만 실제 경제적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AI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하지만 그 결과물의 실제 보상은 생산량 증가보다 훨씬 작다”며 “경제 성장이나 삶의 질 측면에서 얼마나 생산적인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AI 활용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AI를 얼마나 사용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하겠다고 압박했다”며 “하지만 연산 자원이 부족해지고 칩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제는 토큰 사용을 줄이고 연산 수요를 절약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크루그먼은 현재의 AI 투자 열풍이 시장 수요보다 기업들의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 공포)’와 금융시장의 압박에 의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통적인 자산 버블이라기보다 유행에 가깝고 거의 사회적 집단환상에 가까운 현상”이라며 “분명 지나치게 앞서 나간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주가 조정만으로 시장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하루 8% 하락했지만 지난 1년 동안 157% 상승했다”며 “아직 재앙을 이야기하는 단계는 아니다. 다만 추세가 바뀌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주식시장이 종종 잘못된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발표와 이란 전쟁 국면에서도 시장이 과도한 비관론을 반영했지만 실제 경제 충격은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크루그먼은 특히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의 최근 발언에 주목했다.
그는 “나델라는 사실상 ‘모든 돈과 권력을 거대 AI 기업들에 몰아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며 “더 저렴한 AI 모델 활용 필요성을 제기했고, MS가 딥시크 같은 저비용 중국 AI 모델 활용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AI 자체에 대한 실망이라기보다 막대한 연산 능력을 요구하는 현재 방식의 AI가 필수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라며 “지금 벌어지는 현상은 준버블이 준붕괴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