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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넣은 샌드위치, 정성 들인 곰탕…미쉐린 스타가 풀어낸 일상의 한식 [쿠킹]

중앙일보

2026.06.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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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7년 연속 미쉐린3스타를 받은 한식당 가온. 2022년 말 휴업에 들어간 뒤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곳을 이야기한다. 어떤 이는 계절마다 달라지던 코스를 떠올리고, 어떤 이는 인생 최고의 한 끼였다고 말한다. 가온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그 기억의 한가운데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2003년 가온의 시작부터 함께한 김병진 가온소사이어티 부사장, 그리고 가온에서 한식의 기준을 배운 박상진 셰프와 이지우 셰프다.

가온의 세번쨰 시즌을 이끄는 김병진 부사장, 이지우 셰프, 박상진 셰프(사진 왼쪽부터). 사진 가온소사이어티

가온의 세번쨰 시즌을 이끄는 김병진 부사장, 이지우 셰프, 박상진 셰프(사진 왼쪽부터). 사진 가온소사이어티

오는 26일 서울 서초구 화요그룹 신사옥 1층에 문을 연 가온가옥과 디저트 브랜드 아라리는 이들이 써 내려가는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다. 오픈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던 17일, 가온가옥에서 세 사람을 만났다. 김병진 부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가온의 시즌3'이라고 표현했다. 2003년 문을 연 가온의 첫 번째 시즌은 좋은 한식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과정이었다. 당시만 해도 한식 코스요리는 낯선 개념이었다. 이후 이어진 두 번째 시즌은 고급 한식의 기준을 세우는 시간이었다. 미쉐린 3스타를 획득한 가온은 한국 파인 다이닝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지금 시작되는 세 번째 시즌은 조금 다르다.

"한식은 결국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시즌3는 가온이 쌓아온 철학을 보다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풀어내는 과정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은 화요그룹의 서초 신사옥 이전과 함께였다. 새로운 공간을 구상하던 김 부사장은 조태권 회장이 이야기한 '집'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누구나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 조건 없이 머물 수 있는 따뜻한 장소. 그 의미를 담아 이름도 가온가옥으로 정했다.

가온가옥의 대표 메뉴인 가온 곰탕(사진 왼쪽)과 밀면. 사진 가온소사이어티

가온가옥의 대표 메뉴인 가온 곰탕(사진 왼쪽)과 밀면. 사진 가온소사이어티

가온가옥을 맡은 박상진 총괄 셰프에게 가온은 오랫동안 동경의 대상이었다. 2022년 가온에 합류한 그는 "독보적인 공간에서 한식의 기준을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가온에서 얻은 것은 화려한 기술보다 재료를 대하는 태도였다. 그는 "재료는 매일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레시피는 없다고 배웠다"고 했다. 옆에서 듣던 김 부사장이 웃으며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재료도 모두 다르다”고 보탰다. 그렇게, 박셰프는 가온에서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허투루 만들지 않는 자존심이 가온이 지켜온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배웠다.

아라리를 맡은 이지우 총괄 셰프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호주 르꼬르동블루를 졸업한 그는 미국과 영국, 대만에서 경력을 쌓았다. 세계적인 레스토랑 프렌치런드리에서도 근무했다.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한식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2019년 가온에 합류한 그는 이후 한국 식재료를 활용한 디저트를 꾸준히 연구해왔다. 시장을 찾아다니며 식재료를 직접 맛보고, 감태나 칡즙처럼 디저트에 잘 사용되지 않던 재료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실험도 이어갔다. 김 부사장은 이 셰프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함께 일하고 싶었다고 했다.

고사리를 넣은 치아비타로 만든 아라리 샌드위치. 사진 가온소사이어티

고사리를 넣은 치아비타로 만든 아라리 샌드위치. 사진 가온소사이어티

"한식당은 디저트가 굉장히 약했어요. 과일이나 떡 정도가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지우 셰프는 한국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

이 셰프는 메뉴를 개발할 때마다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장 먼저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지금 사람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한국적인 맛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메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세 사람이 이야기한 철학은 가온가옥과아라리의 메뉴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가온가옥의 대표 메뉴는 곰탕이다. 누구나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음식이지만 만드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한우 사골과 양지, 닭으로 각각 육수를 낸 뒤 이를 하나로 합쳐 농축한다. 탕에 들어가는 고기 역시 육수용 고기와 별도로 준비한다. 소금으로 숙성한 뒤 63도에서 14시간 동안 저온 조리해 부드러운 식감과 풍미를 살렸다.

박 셰프는 "국물만 맛있는 곰탕이 아니라 고기까지 하나의 재료로 완성되는 곰탕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곰탕과 함께 내는 반찬도 직접 담근 김치와 무나물 등으로 구성했다. 화려한 기술보다 익숙한 음식 안에서 재료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 가온가옥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또 다른 한 축인 아라리는 이지우 셰프의 방식으로 한식을 풀어낸다. 대표 메뉴인 고사리 치아바타는 볶은 고사리를 빵 속에 넣어 만든 샌드위치다. 무나물과 오이볶음을 활용한 샌드위치도 선보인다. 양상추 대신 나물을 넣고 시판 마요네즈 대신 들기름으로 만든 소스를 사용하는 등 익숙한 메뉴 안에 한국 식재료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아라리의 시그니처는 '란(RAN)'이다. 홍시와 복분자, 딸기, 말차 등 원물을 직접 갈아 만든 액체를 구 형태로 응고시킨 메뉴로, 빙수와 아이스크림, 음료 등에 활용된다.

김치와 무나물 등의 반찬을 함께 내는 가온가옥의 곰탕반상. 사진 가온소사이어티

김치와 무나물 등의 반찬을 함께 내는 가온가옥의 곰탕반상. 사진 가온소사이어티

세 사람이 생각하는 한식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았다. 고조리서를 복원하거나 전통을 재현하는 것만이 한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사람들이 즐겨 먹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음식 역시 한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지우 셰프는 "결국 지금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 먹는 음식이 한식"이라고 했고, 박상진 셰프는 "다시 찾고 싶은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병진 부사장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한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온이 남긴 철학을 묻자 세 사람은 서로 다른 단어를 꺼냈다. 김병진 부사장은 '편안함', 박상진 셰프는 '자존심', 이지우 셰프는 '우리만의 것'을 이야기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허투루 만들지 않는 태도, 그리고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식을 풀어내려는 시도는 세 사람을 관통하는 공통된 가치였다.

가온에서 한식을 고민했던 세 사람은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는 곰탕을 끓이고, 누군가는 나물을 샌드위치에 넣고, 누군가는 한국 식재료로 새로운 디저트를 만든다. 방식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특별한 날의 한식이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한식. 가온의 세번째 시즌은 그렇게 시작됐다.

송정 기자 [email protected]


송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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