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전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표명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선출된 뒤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친윤계 의원으로서 12·3 비상계엄을 옹호했던 인 전 의원의 과거 발언이 논란에 휩싸인 까닭이다.
연세대 의대 교수 출신인 인 전 의원은 22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 출신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여당이던 국민의힘에서 혁신위원장과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임기가 2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그가 의원직을 사퇴하자 정치권에선 그 배경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다 지난 22일 적십자사 32대 회장으로 선출됐고, 그는 명예회장인 이재명 대통령의 최종 인준을 받아야 3년간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인준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그의 과거 발언이 문제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이후 “가슴으로 윤 전 대통령을 이해한다”고 말한 게 특히 논란을 사고 있다. 인 전 의원은 지난해 2월 방송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하나도 타협을 안 하고 전두환보다 더한 정치를 했다”며 계엄 선포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인 전 의원은 같은 해 10월엔 라디오에서 “미국 사람들이 생각하기엔 윤 전 대통령이 왜 감금돼 있는 지 (모른다)”며 “김건희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은 필요하면 집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두 달 뒤인 지난해 12월 “진영논리만을 따라가는 정치 행보가 국가 발전에 장애물이 된다”며 돌연 의원직을 사퇴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불참한 인 전 의원은 당시 고향인 전남 순천에서 거센 반발에 휩싸이기도 했다. 민주당 전남도당은 당시 “순천 출신이라는 것을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만드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표명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에선 25일 인 전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속출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내란 세력을 옹호하고, 선두에 섰던 것에 대국민 사과는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박용진 대통령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무책임한 행위를 하신 분인데 의아하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 2기 내각 개편을 앞둔 상황에서 굳이 논란이 있는 인물을 ‘통합’을 명분으로 임명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다.
한때 동료였던 국민의힘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같은 의사 출신인 한지아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의 위선적 인선”이라며 “이것이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내란 청산이고 실용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의원은 “순수한 인도주의를 실천하기엔 인 전 의원이 걸어온 길과 선택한 길이 너무 정치적”이라며 “적십자사 회장직에서 사퇴하거나, 최소한 국민께 분명한 사과를 하라”고 했다.
정치권 밖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강현근 보건의료노조 대한적십자사 본부지부 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인 전 의원의 의원직 사퇴 시점을 함께 놓고 보면, 회장직을 염두에 두고 내려놓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가 어렵다”며 “과거 행동이 진정한 성찰이 아니라 면피용 절차에 가깝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인 전 의원 선출에 대한 반발 성명을 내고 기자회견도 진행한다.
인 전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전날 YTN 라디오에 나와 “비상계엄 당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점을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계엄 때문에 제가 너무 곤욕스럽고, 울고 싶었고, 정말 고통스러웠는데 그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그것보다 미래에 뭐를 할 거냐는 질문을 받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선출에 대해선 “정말 통 큰 정치고, 포용 정치고, 통합 정치”라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