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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비 깎아 응급·분만 보상 늘린다…건보 재정 연 1조 더 투입

중앙일보

2026.06.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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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혈액검사와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의 건강보험 수가를 낮춰 응급·분만·소아 등 지역·필수의료에 더 쓰기로 했다. 검사 수가 조정으로 연 2조6000억원을 줄이고, 여기에 건강보험 재정 1조원을 더해 총 3조6000억원을 필수의료 보상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이런 내용의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2001년 이후 최대 규모의 건강보험 수가 개편으로, 12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권병기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앞서 24일 열린 사전 설명회에서 “검사 수가가 과보상 되다 보니 그쪽으로 의료 인력이 쏠리고, 과보상 영역의 행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과거 관행을 탈피해 2조6000억원 규모의 과보상 영역을 과감하게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상시 조정하고, 2년 뒤에는 110% 목표로 추가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정심 산하 의료비용분석위원회 분석 결과 혈액·소변 등 검체검사는 비용 대비 수익이 190%, CT·MRI 등 특수영상검사는 194%로 나타났다. 유정민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비용이 100원이면 190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수가 구조”라고 설명했다.

반면 진찰(70.7%)·입원(57.3%)·마취(75.2%) 등은 비용 대비 보상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복지부는 이런 수가 구조 탓에 의료 현장에서 과잉 검사를 남발하게 된다고 봤다. 또한 환자들의 병원 방문은 잦으나 ‘1분 진료’로 충분한 진료가 이뤄지지 않고,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건강보험 수가 구조혁신 방안 세부 내용. 자료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수가 구조혁신 방안 세부 내용. 자료 보건복지부

이번 1단계 개편에서 검체검사와 CT·MRI 수가의 비용 대비 보상 수준을 150% 안팎으로 낮춘다. 검사 수가가 낮아지면 환자가 내는 본인 부담도 함께 줄어든다. 종합병원에서 조영제를 사용하는 복부 CT 검사를 받을 경우 환자 부담은 기존 13만3000원에서 10만3000원으로 약 3만원 낮아진다. 두경부 MRI는 26만7000원에서 약 18만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실제 부담 감소 폭은 검사 종류와 의료기관, 본인 부담률에 따라 달라진다.

이렇게 아낀 재정은 응급실 미수용 문제와 직결되는 ‘최종치료’ 보상에 집중 투입한다. 종합병원 이상에서 시행하는 중증 수술·시술 1600여개의 수가는 20% 오른다. 야간·휴일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응급 입원한 환자를 수술하면 보상은 최대 5.5배로 높아진다. 수술에 동반되는 마취 보상도 50% 인상한다.

예를 들어 심장질환자가 야간·휴일에 응급으로 동맥류 절제술을 받는 경우, 수술 보상은 현행 1580만원에서 3470만원으로 오른다. 유정민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응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응급실에서 수용하는 것뿐 아니라 그 후속으로 수술 치료를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최종치료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소아 진료 보상도 강화된다. 24주 미만 조산아를 분만하고 신생아중환자실에서 4주간 치료하는 경우 현재 보상은 3160만원 수준이지만, 비수도권 중증모자센터에서는 7520만원으로 오른다. 유 과장은 “신생아 한 명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인력이 투입되는 노력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 진료도 진찰부터 중증치료까지 전반적인 보상을 높인다. 소아 진찰·입원 가산 연령은 8세 미만으로 맞추고, 소아 중증수술과 소아중환자실 처치 가산도 신설한다.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우대수가도 도입된다. 비수도권과 경기 의정부·남양주·이천·포천권, 인천 서북·중부권 등 수도권 취약지에는 수술·처치 수가를 10% 더 준다. 인구감소지역 84개 시군구의 종합병원·병원·의원에는 진찰료와 입원료를 각각 5% 가산한다.
건강보험 수가 구조혁신 방안 세부 내용. 자료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수가 구조혁신 방안 세부 내용. 자료 보건복지부

기본진료 보상도 20년 만에 손본다. 의원 초진 진찰료는 6%, 재진은 4%, 병원급 이상 초·재진은 2% 인상된다. 입원료도 일반병실 7%, 중환자실 10% 오른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심층진찰, 내과·가정의학과·산부인과 일차의료 심층 상담을 확대해 ‘1분 진료’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검체검사 위·수탁 구조도 27년 만에 개편한다. 현재는 의원 등 위탁기관이 검사기관에 검사를 맡긴 뒤 검사료를 정산하는 과정에서 할인 경쟁이 벌어지고, 검사 질 관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보상을 구분해 지급하고, 검사 정확도와 결과 회신, 검체 추적 관리 등 질 관리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환자 본인 부담은 전체적으로 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에는 연 1조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권 국장은 보험료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 “보험료율도 약간 인상은 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보험료 수입 기반 확충, 지출 효율화 등을 통해 최대한 인상으로 가지 않도록 감당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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