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의 프랑스관 부스에서 신간을 두고 기자간담회 중인 베르나르 베르베르. 연합뉴스
" 『영혼의 왈츠』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 과거를 다루는 책입니다. "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5)는 25일 오전 서울 삼성동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출간된 장편소설 『영혼의 왈츠』(총 2권, 열린책들)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과거의 전생으로 수차례 돌아가 체험하며 종말을 앞둔 현재를 구하려고 한다.
베르베르는 소설 『개미』(1991) 로 데뷔해 지금까지 전 세계 3000만부 판매, 한국어판 3000쇄 기록을 세운 베스트셀러 작가다. 지난해 8월에도 장편소설 『키메라의 땅』(총 2권) 출간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베르베르의 신작 영혼의 왈츠 표지. 사진 열린책들
『영혼의 왈츠』는 한국에서 각각 2020년, 2023년에 출간된 장편소설 『기억』과 『꿀벌의 예언』이 속한 ‘판도라 연작’의 세 번째 작품이다. 주인공 외제니 톨레다노가 갑작스럽게 쓰러진 어머니에게 “다가오는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현재가 아니라 과거의 여러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베르베르는 전생 체험의 과정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오래 전부터 퇴행 명상을 통한 전생 탐험에 빠져있다”며 “살다 보면 현생에만 몰두하기 마련인데, 이 체험을 통해 다른 삶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보게 된 전생이 모두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신앙이나 믿음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소설 쓰기에 큰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로서 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은 현재 일어나는 격동에 휘말리는 대신, 객관적 시각을 가지고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 책의 주인공 외제니는 (나처럼) 현생의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전생으로 돌아가는 기회를 누리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소설 속에서 외제니는 어머니의 말을 계기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전생 체험’의 능력을 깨우친다. 처음으로 들어간 전생의 신체는 12만 년 전, 불을 처음 발견했던 선사시대 네안데르탈인의 모습이었다. 반면 독자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외제니의 현생은 혐오와 폭력이 일상이며, 공동체성이 파괴되는 ‘아포칼립스’ 상태에 가깝다. 베르베르는 전생을 현생과 비교해가며 종말의 상황을 구할 단서가 어디에 있을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닷새동안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 기간 내내 독자들을 찾는다. 이날 기자간담회 현장은 그를 보기 위해 모인 독자들로 둘러싸였다. 연합뉴스
베르베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학살, 독재자들의 집권 등을 비판하며 “역사는 승자 위주로 기록되지만, 내가 소설에 남기고 싶은 건 역사 속의 여러 장면”이라며 “지금은 사라졌지만 남았더라면 훨씬 더 평화로웠을 수 있는 사람들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설의 초반부를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에게 학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베르베르(가운데)는 올해 도서전 주빈 프랑스의 작가로 독자들을 만난다. 왼쪽은 김민보 열린책들 편집장이다. 연합뉴스
베르베르는 전에 없던 질문을 던지려고 애쓰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일찍이 소설 『뇌』(1994)를 통해 AI(인공지능)의 존재를 다뤘다. 베르베르는 이날 “나에게 AI는 이제 과거의 주제”라며 “최근에는 기술을 변화시킬 인간 의식의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인구의 감소가 있더라도 기존의 인구가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상상하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국제도서전 기간 베르베르는 올해 도서전 주빈국인 프랑스의 작가로서 한국 독자들을 만난다. 25일 오후 2시 도서전 B1홀 책마당에서 열리는 대담 ‘상상력과 번역: 문화를 넘어 이야기를 잇다’에 전미연 번역가와 함께 참석하고, 오는 27일 오후 5시와 28일 오전 10시 30분에는 같은 장소에서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와의 대담 ‘개미와 인간, 서로 묻고 답하다’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