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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두 영웅을…” 휠체어 탄 참전용사에 전한 ‘뜨거운 메달’

중앙일보

2026.06.25 01:33 2026.06.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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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부가 너무 늦게 두 영웅을 찾아뵙습니다. 데니슨 호이어, 그리고 아서 쉬프너.” "

지난 14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 인근 알링턴의 한 호텔. 조식을 먹고 있던 노신사들 앞에 두 사람의 이름이 호명됐다. 이름이 불린 두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휠체어에 몸을 맡기고 단상으로 나오는 내내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국가보훈부는 한국전쟁 발발 76년을 앞두고 있던 지난 14일(현지시간) 주미 대사관을 통해 한국전쟁 참전용사 2명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수여했다. 이날 메달과 감사패를 받은 아서 쉬프너(맨 왼쪽)와 데니슨 호이어(맨 오른쪽)는 ″동맹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일뿐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가운데는 이길현 국가보훈부 보훈관.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국가보훈부는 한국전쟁 발발 76년을 앞두고 있던 지난 14일(현지시간) 주미 대사관을 통해 한국전쟁 참전용사 2명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수여했다. 이날 메달과 감사패를 받은 아서 쉬프너(맨 왼쪽)와 데니슨 호이어(맨 오른쪽)는 ″동맹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일뿐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가운데는 이길현 국가보훈부 보훈관.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76년 전인 1950년, 훈련을 마치자마자 이름도 들어본 적 없던 나라 한국 전쟁터에 투입됐던 19살 이등병은 이제 혼자 거동하기도 어려운 90대 노인이 돼 있었다. 그렇지만 모자를 다시 눌러쓰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워 한국 정부가 수여한 ‘평화의 사도 메달(Ambassador for Peace Medal)’을 경건하게 받아들었다.


호이어는 “그저 동맹국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나는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보훈부 장관 명의의 메달을 목에 걸고서야 “한국과의 인연으로 평생을 행복하게 지냈다”며 “한국이 아직까지 나를 기억한다는 걸 알게 됐으니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한국전쟁 발발 76년을 앞두고 있던 지난 14일(현지시간) 국가보훈부로부터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데니슨 호이어.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한국전쟁 발발 76년을 앞두고 있던 지난 14일(현지시간) 국가보훈부로부터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데니슨 호이어.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쉬프너는 “학교를 나오자마자 해병대에 입대해 부산으로 상륙했다”고 했다. 전선이 이미 대구까지 밀린 상태였다.


한동안 눈을 감고 있던 쉬프너는 깊게 팬 주름진 얼굴에 밝은 미소를 지으며 “서울 수복 작전 과정에서 한 궁궐에 들어갔던 때가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쏟아지는 총탄을 뚫고 들어간 왕궁은 너무나 경건한 다른 세상이었다”며 “나이는 어렸지만 그제야 내가 이러한 평화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발발 76년을 앞두고 있던 지난 14일(현지시간) 국가보훈부로부터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아서 쉬프너.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한국전쟁 발발 76년을 앞두고 있던 지난 14일(현지시간) 국가보훈부로부터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아서 쉬프너.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이날 메달 수여식은 깜짝 행사에 가깝게 진행됐다. 보훈부는 참전용사들을 관리하며 기념비 참배 행사 등을 진행하는 미국 비영리 단체와 협업해, 행사 참여 인원 중 한국전 참전용사가 확인되면 현장으로 찾아가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이길현 보훈관은 “이미 고령이 된 참전용사를 한 명이라도 더 만나 감사를 전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버팔로 나이아가라 아너 플라이트’의 디렉터 크리스틴 홀은 “우리는 한국전쟁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쿠바 미사일 위기 등 냉전 시기의 전쟁,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을 모시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미국의 젊은 사람들이 우리가 한국에서 무엇을 했는지 배울 수 있는 기회이자, 양국 간 동맹을 더 발전시킬 시작”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의 감사패를 한참이나 들여다보던 호이어는 “미국과 한국은 함께 피를 흘린,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동맹”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왜 동맹이 됐는지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학교에서도 가르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국가보훈부는 한국전쟁 발발 76년을 앞두고 있던 지난 14일(현지시간) 주미 대사관을 통해 한국전쟁 참전용사 2명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수여했다. 이날 메달과 감사패를 받은 아서 쉬프너와 데니슨 하우어는 ″동맹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일뿐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국가보훈부는 한국전쟁 발발 76년을 앞두고 있던 지난 14일(현지시간) 주미 대사관을 통해 한국전쟁 참전용사 2명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수여했다. 이날 메달과 감사패를 받은 아서 쉬프너와 데니슨 하우어는 ″동맹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일뿐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그러면서 “우리의 아들과 딸, 손자들도 70년 전 미국과 한국의 할아버지들이 했던 것처럼 계속 친구(동맹)에게 좋은 사람으로 함께 살아가야 한다”며 “도움이 필요한 친구가 있다면 나 자신을 위해서도 항상 돕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쉬프너는 “내 아들과 두 명의 딸, 그리고 8명의 손주, 11명의 증손주에게 내가 전우들과 한국에서 했던 일을 말해줬다”며 “나도, 그리고 전쟁 때 김포 전선에서 함께 싸웠던 내 사촌도 아직 살아있지만 미국과 한국이 무엇을 위해, 왜 함께 싸웠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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